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대표단 대표로 방한한 황병서(왼쪽)와 최용해. 한경DB
2014년 10월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대표단 대표로 방한한 황병서(왼쪽)와 최용해. 한경DB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제1부국장을 처벌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 황병서는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북한 내 권력 서열 2위 싸움을 벌였던 인물이다. 처벌 수위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 내 권력 서열이 바뀌는 정치 변동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는 이날 “최용해 주재하에 당 지도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군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하고 있다”며 “총정치국 소속 장교들이 처벌받았다는 첩보가 들어와 국정원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는 지난해 40여 차례 넘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시찰을 동행하며 ‘북한 내 2인자’의 위상을 과시했으나 지난달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최용해에게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용해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과 당 부장직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은 당시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최용해가 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당시 당 정치국 상무위원 5인에 대한 북한 매체의 거명 순서도 김정은-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용해-박봉주(내각 총리)-황병서 순이었다. 이전까지는 김정은-김영남-황병서-박봉주-최용해 순이었다.

이 때문에 최용해가 황병서와의 ‘2인자’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용해는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동지였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뒤 승승장구했지만 2014년 4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다. 2015년엔 좌천돼 ‘혁명화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 열린 당중앙군사위원 등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황병서의 처벌과 관련, “대북제재 국면에서 권력기관 간 견제를 통해 김정은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연내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도 국정원에 입수됐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정보위 간사는 20일 “북한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북한이 엔진시험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며 “북한이 미사일 성능 개량이나 평화적 위성개발 목적의 발사라고 주장하며 연내 각종 탄도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있어 국정원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정보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 결단에 따라 언제라도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국정원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3번 갱도는 상시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이며, 4번 갱도는 최근 건설공사를 재개했다”며 “(2~6차 핵실험 장소였던) 2번 갱도는 방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고강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됨에 따라 민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조직을 통해 주민 생활 일일 보고 체계를 마련하고 음주가무와 관련한 모임을 금지하는 한편 정보유통 통제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