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시코노믹스'의 빛과 그림자
중국 시진핑 집권 2기를 견인할 경제정책 ‘시코노믹스’가 발표됐다. 2020년 샤오캉(小康)사회를 완성하고 2050년 세계 선두국가로 발전하겠다는 국가 목표다. 시진핑은 제19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개혁·개방의 국가 기본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실천전략으로 공급 측 구조개혁 심화, 혁신형 국가 우선 건설, 농촌진흥 전략, 지역균형 발전,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보완, 전면적 개방의 새로운 구도 형성 등을 제시했다. 질적 발전, 경제효율, 성장동력 등 세 가지가 핵심 개념이다. 이를 통해 신시대를 열고 ‘아름다운 생활, 아름다운 중국’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선두국가를 지향하되 중국 고유의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즉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에 삽입된 주된 이유다. 경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되 시장 개혁보다는 당 우선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업무보고에서 시장이라는 단어가 19회 사용됐다. 1997년 장쩌민 51회, 2012년 후진타오 24회와 크게 대조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해 첨단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첨단 마이크로칩, 인공지능 및 전기차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10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운용하고 GM, 폭스바겐 등과 전기차 개발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화 기업 미테아가 최근 독일 첨단 로봇기업 쿠카를 39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 예다.

심화되는 빈부격차 해소가 시급하다. 중국 사회의 주요 모순도 종래의 빈곤타파에서 격차해소로 바뀌었다. 소득분배 상태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12년 0.474에서 2016년 0.465로 답보상태다. 베이징대 사회과학조사센터에 따르면 상위 1%가 총 자산의 3분의 1을, 최하위 25%가 1%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 억만장자의 36%가 중국인이다. 강도 높은 반부패 캠페인을 통해 25만 명을 숙청한 것도 빈부격차 폐해 때문이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급속한 내수 증대와 금융화로 부채비율이 2020년에는 28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도 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해 “발전이 숫자 게임은 아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은행권 총대출이 총예금을 초과하고 자본의 해외 유출도 상당한 수준이다. ‘그림자 금융’ 부작용도 심각하다. 과속 성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당대회에서 구체적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경제 운영의 신축성을 제고해 과속 페달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유기업 개혁은 뜨거운 감자다. 국유기업은 방만경영과 비효율로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과잉고용, 고임금, 과다복지는 국유기업의 3대 아킬레스건이다. 소위 국진민퇴(國進民退: 국유기업은 잘나가고 민간기업은 후퇴한다)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국유기업과 당이 한통속인 까닭에 민영화 같은 근본 처방은 한계가 있다. 결국 ‘혼합소유제’ 같은 어정쩡한 형태의 보수적 개혁에 그칠 소지가 많다. 매년 750만 명이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 등 청년실업 문제는 체제 안정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질의 고용창출자로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 개방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에 등록한 모든 기업이 평등한 대우를 받고 외국 기업의 합법적 투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재천명했다. 외국인 진입 제한 대상을 축소하고 인수합병 등록제를 활성화하는 등 자유화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기간 253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협력이 발표됐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다자간 무역협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지향하되 영토, 주권 등 중국 핵심 이익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쓴 열매를 삼키지 않겠다”는 발언에서 분발유위(奮發有爲: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겠다)로 표현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시진핑을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평가했다. 과연 시코노믹스가 중국몽(中國夢)을 구현하는 미다스의 손이 될 것인가.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