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가 한국 산업과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보다 고(高)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9일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배경과 시사점’에서 올 11월 기준 한국 경제의 균형환율을 달러당 1183원90전으로 추정했다. 균형환율은 한 국가의 기초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대내외 균형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환율을 말한다. 대내외 실질금리 차, 상대적 교역조건, 순해외자산 등 경제 기초변수와 실질환율 간 관계를 통해 추정한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상향 조정, 수출 호조, 잠잠해진 북한 리스크, 한·중 관계 개선 등 호재에 힘입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 17일엔 1097원50전에 마감하며 1년2개월 만에 종가 기준으로 1100원대가 붕괴됐다. 균형환율보다 7% 이상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치가 그만큼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킨다.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과 설비투자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 시 수출가격 전가율을 -0.19로 추정했다.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가격 상승으로 전가되는 비중은 1.9%포인트에 그치고 나머지 8.1%포인트는 기업이 손실로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올해 초와 비교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9.7% 높아졌다. 이에 비해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는 달러 대비 3.5%, 중국 위안화는 4.8% 절상되는 데 그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