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역습…취약층 '고용절벽'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벌써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칠 조짐이다. 아파트 경비원, 빌딩 청소원, 음식점 종업원 등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취약한 직종에서만 지난달 약 5만 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최저임금이 내년에 역대 최대폭(16.4%) 인상되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관련 영세업체와 소상공인들이 선제적으로 일자리를 줄인 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8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9000명 느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 들어 1월과 8월을 제외하곤 줄곧 30만~40만 명대를 유지했다. 지난달엔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본격화돼 공공부문 취업자가 크게 늘었음에도 전체 일자리 증가폭은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경비와 청소업, 콜센터 등이 속하는 사업시설관리 및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2만7000명이 감소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도 2만2000명이 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사업시설관리 취업자는 9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달 감소로 돌아섰고, 음식점 취업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6월 이후 감소세다. 이들 업종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해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내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앞서 영세 상공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종업원과 아르바이트 직원 등에 대한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신규 채용을 줄인 게 10월 고용통계 결과로 나타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내년에도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참여한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는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전국적으로 1만 명이 넘는 경비원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상열/임도원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