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수입차의 거침없는 질주, 언제까지 이어질까

단일 차종 최다 판매는 BMW '520d'
'디젤게이트' 2년에 차종별 부침 뚜렷
10월까지 수입차 총 판매 19만394대

'디젤게이트' 파장 2년…수입차 시장 판도는
수입차 시장이 다시 달아올랐다. 2015년 수입차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준 디젤게이트의 영향을 단시간 내 극복하며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오히려 일부 브랜드는 한국 정부가 1987년 수입차 시장을 개방한 이후 사상 최대 실적까지 경신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내성 역시 더욱 강해진 모습이다. 수입차는 2002년 점유율 1%를 처음으로 넘은 뒤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새 기록을 써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실적을 회복하는 데 4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디젤게이트 파문 2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2015년 실적에 근접하고 있다.

◆ 높아지는 수입차 비율 8%대 진입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규 등록 수입차는 19만3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역대 수입차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5년 동기에 비해 6100여 대가 모자란 상황이다.

통상 연말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수입차들의 판매가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평균 판매 대수(1만9000대×2)+α’가 더해져 올해 총판매량은 24만 대 내외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수입차 시장 ‘빅4’를 형성했던 아우디·폭스바겐이 지난해 8월 벌어진 연비 조작 사태로 올해 판매가 중단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입차의 실제 실적은 2015년 실적을 웃돈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은 2009년 6만993대를 기록한 이후 매년(2010년 9만562대, 2011년 10만5037대, 2012년 13만858대, 2013년 15만6497대, 2014년 19만6359대)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여 왔다.

특히 2015년에는 24만3900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24.2% 급상승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수입차 시장은 국내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같은 해 말 터진 디젤게이트 파문의 영향으로 2016년에는 전년보다 7.6% 역성장해 7년 만에 후진했다.

그러나 올해는 디젤게이트의 영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문제가 됐던 디젤 자동차의 자리를 가솔린과 친환경 자동차들이 대체하고 있고 아우디·폭스바겐의 빈자리를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채우고 있다.

올해 수입차들의 선전은 국내 자동차 등록 비율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등록 자동차 수는 총 2218만8565대로 지난해 말 대비 38만5000대가 늘었다.

전체 등록 차량 중 국산차는 2041만대, 수입차는 117만 대로 수입차의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의 비율은 지난해 말 7.5%에서 올해 6월 말 8%로 증가했다.

디젤게이트 파문에도 불구하고 수입차의 빠른 실적 회복은 국내 소비자 인식 변화, 국산차에 대한 식상함과 불신, 새로운 차종에 대한 욕구, 가격 저항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산차의 선택 폭이 넓지 않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소비자의 호기심과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더욱이 국내 완성차 업체가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면서 수입차와의 가격대도 좁혀졌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타겠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2000년대 전만 해도 수입차는 사치품으로 여겨졌다. ‘허영’ 또는 ‘소득 양극화의 씁쓸한 예’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입차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줄었다. ‘선택의 차이’, ‘잘 고르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되레 늘었다.

수입차에 대한 인식 변화는 소형차 비율 증가에서 뚜렷이 감지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팔린 수입차 가운데 배기량 2000cc 미만 소형차는 10만96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점유율도 54.1%에서 57.6%로 3.5%포인트 높아졌다.
'디젤게이트' 파장 2년…수입차 시장 판도는
◆ 인식의 변화가 불러온 수입차의 공습

가격 역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4~5년 전까지는 보기 어려웠던 2000만원대 수입차는 현재 10종이 넘는다. 소비자가 그만큼 많이 찾기 때문이다.

수입차 구매의 큰 걸림돌로 지적돼 온 비싼 수리비와 불합리한 보험료도 개선되고 있다. 일례로 포드코리아는 올 6월부터 부품 1만여 개의 가격을 10~15% 인하했다. 최근 신규 수입차는 기존에는 회피했던 보험 등급 평가에도 적극 참여하는 추세다.

이러한 수입차의 적극적인 국내시장 공략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17 자동차 소비자 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 제품 매력도(TGR : Things Gone Right) 항목에서 고득점한 수입차가 64%로 국산차보다 14%포인트 높았고 비용 대비 가치 만족도 역시 수입차가 37%로 국산차보다 1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아직 한국은 자동차 시장 개방 초기이고 세계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수입차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올해 말부터 한 차례 더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시장 재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올해 말부터 내수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우디·폭스바겐 10개 차종 21개 모델은 최근 환경부의 배출 가스 인증을 최종 통과하며 판매까지 연비와 재원 등록 등 대체로 간단한 절차만 남았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이르면 12월부터 아우디 A6과 Q7,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파사트 GT 등 4개 차종 판매를 시작한다.

특히 판매 정지 기간 동안 이탈한 영업 사원을 대신해 온라인 판매망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은 카카오와 함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으로 견적을 받은 뒤 오프라인에서 최종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 중단 이전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30%대에 달했다. 디젤게이트 이후 수입차 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든 상황에서 아우디·폭스바겐의 시장 재진입은 수입차 시장의 또 다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