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인천점, 롯데로 간판 바뀐다
인천종합터미널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신세계백화점 퇴거를 놓고 롯데와 신세계가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롯데가 승소했다. 롯데는 인천종합터미널과 옆 농산물 도매시장 부지까지 합쳐 백화점과 쇼핑몰, 극장, 아파트 등을 하나로 잇는 ‘롯데타운’(조감도)을 조성할 예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신세계가 인천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1997년부터 인천시와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20년 동안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영업해온 신세계백화점은 계약 만료 시점인 오는 19일 이후 영업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신세계가 나가면 롯데는 시설 공사 후 곧바로 백화점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세계는 대법원 판결 직후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와 협력 회사, 협력 사원, 신세계 직원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롯데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도 최대한 수용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1997년 인천종합터미널 영업권을 놓고 다투기 시작했다. 당시 롯데와 신세계는 입찰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승패는 ‘어이없는 일’로 갈렸다. 입찰 당일 롯데 실무진이 날짜를 착각해 입찰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신세계가 백화점 운영권을 따냈다. 이후 연매출 8000억원의 ‘알짜 점포’로 키워냈다.

2012년 롯데가 반격에 나섰다. 인천시가 백화점이 들어가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7815㎡)와 건물 매각에 나서자 롯데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가격 상한선을 정해 놓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롯데가 9000억원에 낙찰받았다. 신세계는 이에 인천시와 롯데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매각이 무효’란 취지의 소송을 냈다. “매각 과정에서 사전실사, 개발안 검토 등의 기회를 롯데에 먼저 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 2심에 이어 대법원도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에도 기회를 줘 특혜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신세계가 1450억원을 투입해 증축한 매장(2만1450㎡)과 870여 대를 수용하는 주차타워 처리 문제다. 증축 매장과 주차타워 임차 기간은 2031년까지다. 매장 전체 면적의 27%에 해당한다. 신세계가 임차료를 롯데에 내고 쓰든지, 아니면 팔아야 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일부만 빌려 영업하는 것은 힘들다”며 “롯데와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한 지붕 두 백화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