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상하이 푸둥지역에 있는 허마셴성(盒馬鮮生) 진차오점. 매장에 들어서니 이곳저곳에서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신선식품을 고르고 있었다. 한편에선 한 손에 판매시점정보관리(POS) 기기를, 다른 한 손엔 장바구니를 든 직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매장 곳곳을 누비며 물건을 담고 있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서였다. 천장에는 레일을 따라 초록색 바구니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바구니에 담긴 상품은 포장을 거쳐 주문을 받은 지 늦어도 30분 안에 배송을 마친다.
고객들이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 푸둥에 있는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매장인 허마셴성 진차오점에서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강동균 특파원
고객들이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 푸둥에 있는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전문매장인 허마셴성 진차오점에서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강동균 특파원
아마존보다 앞선 신유통 매장 허마셴성

이곳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해 신유통(신선식품+전자상거래+모바일 결제+스마트 물류를 모두 결합한 것) 혁신 실험장으로 키우고 있는 허마셴성 중국 1호 매장이다. 지난해 1월 첫선을 보였다.

상품은 수산물과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장에서 반경 3㎞까지 최장 30분 이내에 무료로 배송해준다. 30분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자동화 시설 덕분이다. 직원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레일에 올려놓으면 배송기사에게 전달되고, 다시 고객의 집까지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집이 너무 먼 고객은 3㎞ 지점에서 배송기사와 만나 물건을 건네받을 수 있다. 허마셴성이 물류창고 역할까지 하는 셈이다.

허마셴성은 단순히 마트라기보다는 ‘체험공간’에 가깝다. 소비자가 매장을 찾는 이유는 제품 신선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고를 수 있어서다. 미국 일본 러시아 영국 덴마크 이탈리아 한국 태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해외에서 공수해온 신선식품이 가득 진열돼 있다.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아 가격이 싸다.

고객이 고른 식재료를 조리해 완제품으로 파는 식사코너도 따로 마련돼 있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엔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로 식탁이 모자랄 정도다. 중국의 일반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허마셴성은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허마셴성 앱(응용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깔면 된다. 회비는 없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만 결제가 이뤄진다. 현금이나 카드는 받지 않는다. 알리페이에 사진을 등록하면 얼굴 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할 수도 있다.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상하이, 베이징, 항저우, 선전, 닝보 등 5개 도시에 20개 허마셴성 매장이 문을 열었다. 모바일 앱 이용자(회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외출하지 않고도 집에서 신선식품을 받아볼 수 있어 20~30대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는 흔히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지만 신유통 영역에서만큼은 아마존이 ‘미국의 알리바바’로 불려야 한다”며 “최근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 등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산업에 본격 진출했는데 이는 알리바바가 앞서 해온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은 “미래의 신유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빈틈없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허마셴성은 이 과정의 주요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도 추격자로 전락시킨 알리바바의 '신유통 혁명'
600만 개 동네 슈퍼, 알리바바 생태계로 편입

항저우 저장대 위취안캠퍼스 부근에 있는 20㎡ 남짓의 웨이진슈퍼. 지난 9월 이 슈퍼는 알리바바 ‘티몰스토어(중국명 톈마오샤오뎬)’ 1호점으로 바뀌었다. 인근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유명 편의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파리만 날리기 일쑤였지만 티몰스토어로 재단장한 뒤 모든 게 달라졌다. 매출은 50% 가까이 늘었고, 고객 수도 30%가량 증가했다.

티몰스토어는 알리바바의 기업과 개인 간(B2C)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오프라인 상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매장엔 티몰 전용 가판대가 설치돼 있다. 가격은 온라인과 같다. 점주는 매장 내 모든 상품의 매출과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스마트 매장 관리 시스템과 각종 설비를 제공해준 덕분이다.

알리바바에 보증금 1만위안(약 170만원)과 연간 기술 서비스료 3999위안을 내면 티몰스토어로 바꿀 수 있다. 전체 판매 상품의 30%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기업 간(B2B) 플랫폼 ‘링서우퉁(零通)’에서 구매하는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링서우퉁은 구매, 물류, 마케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알리바바의 전용 서비스 플랫폼이다. 알리바바와 협력하는 온갖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구멍가게 상인도 링서우퉁에 가입하면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할인까지 받아 구매할 수 있다.

링서우퉁에선 알리바바가 빅데이터에 기반해 구축한 상권 분석과 제품 배열을 비롯한 세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매장 주변 반경 1㎞ 내에 애완견을 키우는 가구가 많으면 강아지 사료를 추천해주고,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 많으면 기저귀나 분유 등을 권해주는 식이다.

알리바바는 내년 말까지 티몰스토어 1만 개를 개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중국 전역에 있는 600만 개의 구멍가게를 알리바바의 신유통 생태계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링서우퉁에 가입한 구멍가게는 50만 개를 넘어섰으며 올해 말까지 100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알리바바 측은 예측했다.

무인 편의점도 준비

알리바바는 신유통 사업의 하나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무인 편의점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초 시범적으로 선보인 ‘타오카페’가 그것이다. 고객은 매장 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전에 받은 QR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쇼핑한 뒤 나가기 전 두 개의 검색대를 통과한다. 하나는 고객의 퇴장을 인식하고, 다른 하나는 상품을 스캔한 뒤 자동결제하는 검색대다. 두 개의 검색대를 통과하면 스마트폰에 ‘알리페이로 OO위안이 결제됐습니다’란 메시지가 뜬다.

타오카페는 직원 없이 알리바바의 셀프 감지 센서, 머신러닝(기계학습), 위치 추적, 이미지·음성 인식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해 운영된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는 고객이 어떤 상품 앞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는지, 몇 시에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등을 파악해 고객의 소비 취향을 분석한다.

알리바바는 오프라인 쇼핑몰인 ‘모어몰’ 개설도 추진 중이다. 티몰과 개인 간(C2C)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를 오프라인에 그대로 옮겨놓은 대형 쇼핑몰이다. 티몰스토어를 확장한 구상이다.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항저우 본사 근처 약 4만㎡ 부지에 5층짜리 모어몰 쇼핑센터를 짓고 있다. 상품 진열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모두 소비자 성향을 고려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장융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1000만 명의 사업자가 참여하고 2억 명이 매일 쇼핑을 즐기며, 고객 5억 명이 활동하는 플랫폼과 데이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쇼핑 경험을 제공해 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