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 효과 없었다"…문의만 하고 다른 제품 구매
사전예약에 돌입한 애플 아이폰8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신통치 않자 휴대폰 유통가에서는 실망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27일 오전 9시 예약판매를 시작한지 30분 만에 1차 온·오프라인 예약 물량 5만대를 팔았다. 지난해 아이폰7 판매 시 15분 만에 1차 물량 5만대가 매진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열기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다른 회사는 아직 물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폰7의 1차 예약 물량이 잇따라 매진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실제로 사전 예약이 시작된 첫 주말, 휴대폰 유통점들은 수익 효자 역할을 했던 아이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아이폰8 시리즈를 예약하러 온 고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 신도림 지역 유통점 관계자는 "아이폰7 때도 전작보단 다소 열기가 식었지만 이번 아이폰8에선 더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아이폰8에 대해 문의 정도만 하고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아이폰8 시리즈는 출시 직후부터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고됐다. 특히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스웰링(팽창) 현상이 보고되면서 부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출시를 앞둔 10주년 기념 에디션‘아이폰X(텐)’도 아이폰8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아이폰X를 구매하기 위해 아이폰8을 구매하지 않는 대기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높은 출고가도 부진의 원인이다. 이통3사는 아이폰8 출고가로 64GB 94만6000원, 256GB 114만2900원을 책정했다. 플러스 모델은 64GB 107만6900원, 256GB 128만3700원이다.

공시지원금은 이통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대 12만2000원이다. 소비자들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로 공시지원금 인상을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지원금에 선뜻 아이폰8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내달 3일 정식 출시 후 사전예약때와 달리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사전예약이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며 "정식 출시 후 소비자 반응에 따라 판매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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