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블릿PC' 등장 1년… 여전한 논란들
‘태블릿PC’가 등장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 24일로 꼭 1년이다. 당시 JTBC는 최순실 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에서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 수정 등 많은 국정농단 증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태블릿PC 내용이 조작됐다’는 진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23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태블릿PC가 뜨거운 감자였다.

◆“최씨 사진은 두 장이 전부”

윤 지검장은 이날 김진태 의원 등의 질의에 ‘태블릿은 최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지가 검찰의 포렌식 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최씨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정황이 적지 않다.

우선 저장된 태블릿PC 사진 1876장 중 최씨 사진은 10장에 불과하다. 그나마 같은 장면이 여러 장 촬영된 것을 제외하면 두 장에 불과하다. 또 최씨 ‘셀카’로 보도됐지만 손의 위치와 해상도를 감안하면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라는 게 다수 영상전문가 의견이다.

검찰은 출입국 기록 일치를 최씨 소유 근거로 제시했다. 독일에서의 영사콜(외교부 안내 문자) 기록 두 건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독일을 수십 차례 왕복했는데 기록은 두 건뿐이라며, 이를 근거로 소유를 확정할 수 없다는 최씨 측 반박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다. 또 포렌식 보고서를 보면 태블릿PC가 독일에 있는 동안 구글로부터 ‘안녕하세요, 성미님. 다음은 이번주 최고 인기 콘텐츠입니다’라는 안내 이메일이 왔다. 태블릿PC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을 때 등록한 사용자에게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안내 문구다. 이는 여러 사람이 태블릿PC를 사용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또 태블릿PC에는 문서편집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지 않고 설치된 기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레스덴 연설문을 수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태블릿 제출 전 앱 사용기록 대량 삭제

JTBC가 검찰에 태블릿PC를 제출하기 전 일부 앱을 삭제한 기록도 포렌식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포렌식 보고서 335페이지에 있는 ‘앱 접속 시간’ 기록에서다. 앱 접속 시간은 특정 앱을 가장 최근에 사용하고 종료한 시간이 기록돼있다.
'최순실 태블릿PC' 등장 1년… 여전한 논란들
'최순실 태블릿PC' 등장 1년… 여전한 논란들
JTBC가 2016년 10월24일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 PC 포렌식 보고서 중 앱 접속 시간을 분석한 내용.
JTBC가 2016년 10월24일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 PC 포렌식 보고서 중 앱 접속 시간을 분석한 내용.
또 그 앱이 검찰의 포렌식 작업 당시 ‘정상’ 또는 ‘삭제’ 상태인지를 표시하고 있다. 검찰이 분석한 앱은 총 107개다. 이 중 51개는 삭제된 상태로 검찰에 제출됐다. 중요한 것은 삭제된 51개 중 49개의 최근 앱 종료 시간이 2016년 10월18일부터 24일 오후 사이라는 점이다. JTBC가 태블릿PC를 입수해 분석한 시간이다. 태블릿PC 분석 과정에서 일부 기록이 삭제됐다는 의미다. 열고 닫은 기록이 있는데, 검찰 분석 때는 내용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삭제된 기록에는 카카오톡, 연락처, 이메일, 캡처화면, 일정 등이 포함돼있다. 포렌식 보고서에 나온 카카오톡 대화 기록과 달력 앱이 대부분 삭제된 점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JTBC는 2016년 10월18일 오전 9시 태블릿PC가 있는 더블루K 사무실 현장을 처음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S모 여기자가 태블릿PC를 입수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법정진술 등에서 다른 기자가 이를 최초 입수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검찰 내부 관계자는 “S기자가 아니라 K모 기자가 사무실 내부를 뒤지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갖고 있다”고 확인했다.

JTBC가 최초 보도한 당시 방송화면도 의문을 남긴다. ‘PC’의 문서 파일들이라며 보여준 폴더 경로에 USB 이름인 ‘ZYRUS’가 있어서다. 보도된 파일들이 태블릿PC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외부 USB를 받아 이를 심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JTBC는 이튿날부터 ‘PC’를 ‘태블릿PC’로 바꿔 보도했다. 수사에 참여한 한 검찰 내부 관계자는 “JTBC의 보도 경위는 수사 결과와 차이가 많다”고 전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