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잡는 사우디 여성… "소형·중고차로 공략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성 운전을 허용함에 따라 한국 자동차의 새로운 수출시장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KOTRA는 23일 내놓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운전 허용 결정, 현지 반응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내년 6월부터 사우디에서 30세 이상 여성의 운전이 가능해짐에 따라 주된 경제활동 연령층인 319만 명의 30~54세 사우디 여성을 위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자동차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여성 운전 허용으로 수출이 유망한 차종은 소형차와 중고차다. 여성들은 시야 확보와 주차 편의상 소형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소형 세단 혹은 서브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출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KOTRA는 이번 조치가 저유가로 악화된 소비심리를 반전시키는 가뭄 속 단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 주재 외국인과 기업이 소형, 준중형 차량 주요 고객인데 저유가와 외국인세 도입으로 수출이 급감했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외국인세와 2018년 신규 도입되는 부가가치세 영향으로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36.1%, 올해 16.4% 감소했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회사도 사우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들어갔다. 르노는 내년 여성 운전이 허용된 직후 면허증을 전시장에 가져오는 선착순 7인에게 자사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포드는 자동차 내 룸미러에 여성의 눈매가 비친 모습의 광고(사진)를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아랍권 여성이 치장 목적으로 하는 문신인 헤나를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모습과 함께 ‘이제는 당신 차례’라는 구호를 내보내 ‘여심(女心)’ 저격에 나섰다.

권용석 KOTRA 중동지역본부장은 “이번 조치로 자동차 외에 여성 운전자를 위한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액세서리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라며 “중소기업은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