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가운데)이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내 철수설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가운데)이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내 철수설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23일 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설’이 계속되는 와중에 경영진이 직접 공식석상에서 경영 개선을 약속한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경영진이 철수설을 전면 부인한 것은 아니어서 실제 경영 개선 노력에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국정감사에서 질타받는 것을 무마하기 위한 대답에 지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국GM ‘안갯속 향방’

여야 '철수설' 추궁에 확답 피한 한국GM 사장
카젬 사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으로부터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한국GM 임원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카젬 사장은 “한국GM은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GM 본사에서도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허브로서 중요하다”며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의 경영 실적이 악화하는 데 대해선 “내수, 수요 변화, 구조조정 비용 증가로 경영상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선 GM이 한국GM에 돈을 빌려주고 연 4.8~5.3%의 높은 이자를 받은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GM이 4년간 챙긴 이자 규모만 4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GM의 이자 수준에 대해 “다소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젬 사장은 “GM 여신은 관련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GM의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서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들여오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또 카젬 사장은 ‘매출에서 원가 비중을 올리는 이전가격 정책으로 한국GM의 부실화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전가격은 글로벌 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정책으로 합리적”이라며 “책정하는 수출 가격은 시장의 경쟁적 환경에 맞춰 결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은 역할론 다시 도마에

의원들은 산은의 역할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산은은 한국GM의 지분 1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GM(지분율 77%)이다. 산은은 2002년 주주 간 계약을 통해 GM의 자산 처분 등 17개 항목에 대한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 16일 만료됐다.

이 회장은 ‘철수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GM의 철수설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카젬 사장이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니 그것을 적극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한국GM이 ‘먹튀’하지 않는다고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냐”고 묻자 “담보는 아니지만 먹튀를 얘기하기보다는 경영 개선을 공언했으니 그렇게 해보도록 강요하는 게 가장 나은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정책을 추진하면 산은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한국GM이 산은의 주주감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진 면담과 주주총회 참석 등을 통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지분이 17%대에 불과한 한계가 있다”고 대답했다. 카젬 사장은 “주주 간 협약과 관련 법률에 따라 필요한 협조를 다 했다고 알고 있다”며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올 들어 산은 측으로부터 수차례 경영 개선 방안을 요구받고도 묵살했다”며 “정말 경영 정상화 의지가 있다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비판했다. 한국GM은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특단의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전해졌다. 올해 손실 규모는 9000억~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