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국감'… 기관장 41명 질문 한 번 못받아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성적을 C-로 평가했다. 국감 첫주 41명의 피감기관장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채 앉아 있는 ‘병풍 국감’ 현상이 나타났다.

국감NGO모니터단은 23일 분석요원 20여 명이 조사한 국감 중간평가 자료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감 첫날인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법제사법위원회 등 7개 상임위에서 국감을 받은 127개 피감기관 중 단 한 차례도 질의를 받지 못하고 증인석에 앉아만 있다가 간 기관장이 4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번 질문받은 증인도 33명이었다. 국회에서 이뤄진 국감만 분석한 것이어서 현장 국감까지 합하면 더 많은 증인이 침묵하다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선 일부 기관장들이 오전부터 밤 12시 무렵까지 최대 12시간40분간 국감장에서 앉아만 있다가 돌아갔다.

피감사기관장이 의원의 질문을 한 차례도 받지 못하고 앉아 있기만 한 이른바 ‘병풍국감’의 폐단이 가장 심한 상임위원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다. 지난 19일 교문위 소속 의원들은 36곳 피감기관을 감사하면서 언론중재위, 국제방송교류재단, 정동극장 등 11곳에 질문하지 않았다.

국감 파행도 빈번했다. 여야 간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법사·교문위 등 7곳 상임위에서 국감이 중단됐다. 법사위는 지난 13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대행체제 적법성 논란으로 파행된 뒤 아예 속개하지 못했다. 2년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시의 여론조작 의혹으로 두 차례나 파행을 겪은 교문위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파행을 빚었다.

국감 기간 회의장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대신 ‘현장시찰’을 한 경우는 28건에 달했다. 지난해 21건에 비해 7건 더 늘었다. 홍금애 국감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안보 위기 속에도 국방위는 전체 13일 국감 일정 중 7일을 현장시찰로 대체하고 있다”며 “현장시찰이 많다는 것은 국감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일까지 기관장이 공석이어서 ‘직무대행’이 대신 국감에 참석한 기관은 14곳이었다. 원장이 불출석해 임원 혹은 실무자급이 대신 국감장에 앉은 경우까지 합하면 28곳이 ‘기관장 없는 국감’을 치렀다. 기관을 대표해 책임 있는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산하 해외 공관들을 둘러보는 외교통일위원회는 올해도 ‘외유성 출국’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인도 뉴델리대사관 국감을 위해 비행기로 8시간이 걸려 갔지만 실제 감사시간은 2시간12분에 불과했다. 영국 런던대사관에 가기 위해 12시간20분을 비행했지만 국감은 겨우 2시간11분만 진행됐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