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3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2500선을 밟았지만 기업 실적 개선 추세 등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많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는 데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좋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내년 초까지 ‘신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00→2500' 10년 걸린 코스피… "기업실적 비해 여전히 싼 시장"
◆글로벌 훈풍에 실적 개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오전 2500.33을 찍으며 3거래일 만에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다. 종가 기준으로도 0.51포인트(0.02%) 오른 2490.05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 초 북핵 리스크(위험)가 불거진 이후 2300~2400선을 횡보하다가 지난 11일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세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추석 연휴 직후인 10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몰리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북한 리스크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재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신흥국 가운데 올해와 내년 기업 실적 전망치가 모두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곳은 한국과 중국뿐”이라며 “반도체 슈퍼 호황에 힘입은 정보기술(IT) 업체뿐 아니라 금융 철강 화학 등 다양한 업종에서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PER 9.4배 불과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22.8% 올랐다. 주요국 가운데 브라질(2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주요국보다 낮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9.4배로 미국(18.1배) 일본(14.3배) 대만(13.8배) 등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중국(13.2배), 브라질(14.9배)보다도 낮다. PER이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문동열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 전망치는 3개월 전에 비해 6.4% 증가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7년 이후 코스피지수의 주요 고점 평균 PER은 11배로 지금보다 높았다”고 덧붙였다. 주가 상승률이 기업 실적 개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매물은 부담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관은 이날 617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달 들어 약 2조10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기관 매도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채권보다 주식의 매력이 커진 만큼 증시로 자금이 흘러들어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2600선에 도달한 뒤 내년 초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한동안 횡보한 것은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북한 리스크 등 외부 요인이 컸다”며 “기업들의 실적 흐름이 좋은 만큼 연말께 26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지수가 2700~2800선에 다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만수/홍윤정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