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 가장 값진 투자는 인재 발굴과 육성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회사의 미래를 이끌 인재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인재 육성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업들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창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사내 벤처를 활성화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는 결국 ‘연구개발(R&D)’에 달렸다는 생각 아래 석사, 박사과정 등을 지원해 기술 전문가를 육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창의인재 육성에 박차

[인재경영] 가장 값진 투자는 인재 발굴과 육성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인재 경영을 누구보다 중시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해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지역전문가 제도가 대표적이다. 지역전문가로 뽑힌 임직원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원하는 국가에 1~2년간 머물며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다. 삼성은 연봉 외 1인당 1억원 안팎에 이르는 체재비를 지원한다. 세계적 경영 학술지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011년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를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공한 핵심 비결”이라고 꼽았다.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12년부터 사내벤처 조직인 C랩을 설립했다. 유망한 프로젝트에는 벤처 투자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자본을 투자한다. 지난 8월까지 약 180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75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이 중 25개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은 오늘날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재상에 투영돼 있다. 먼저 ‘블라인드 채용’ 확대로 인재 채용 방식을 과감하게 변화시켰다. 현대차 ‘잡페어(채용박람회)’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자기 PR’은 지원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열정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모의 면접이다.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면담 제도인 ‘힌트(H-INT)’를 시행한다. 힌트는 지원자의 스펙 정보 없이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 담당자와 상시 면담을 하고, 지원자의 직무 관심도와 역량을 중심으로 입사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과정을 통해 우수자로 선발된 지원자는 신입 및 인턴사원 선발 시 일부 전형을 면제받는다.

세계 초일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R&D 인재 육성에도 열심이다. 재학 중인 학사, 석사, 박사과정의 우수 인재를 조기에 선발해 장학금 제공과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인 ‘연구장학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제어 및 융복합 전공 인재 육성을 위해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맞춤형 교육을 하는 ‘계약학과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

[인재경영] 가장 값진 투자는 인재 발굴과 육성
SK그룹의 인재 경영 철학은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것이다. 1973년 시작된 ‘장학퀴즈’는 SK 인재경영의 상징이다. SK는 고교생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의 단독 후원사로서 45년째 함께하고 있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1974년 사재를 출연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지속적인 인재 양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한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미국 등 선진국의 세계 최고 수준 교육기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후원 기업인 SK에 대한 일체의 홍보나 대가 요구 없이 오로지 5년간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건이었다. 지난 43년간 700여 명이 하버드대 등 세계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총 3500여 명의 장학생이 지원을 받았다.

한국고등교육재단 2대 이사장으로 1998년 취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인재 양성 범위를 국내로 한정하지 않고 아시아 등 글로벌로 확장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인재 양성은 곧 국가의 미래”라고 강조한다. 훌륭한 인재가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는 신념에서다. 지난 2월 개최된 ‘LG테크노 콘퍼런스’에서도 이런 기업 철학이 분명히 드러났다. LG 테크노 콘퍼런스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LG 계열사들이 국내외 석·박사급 R&D 인재를 대상으로 여는 기술 콘퍼런스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처럼 우수한 인재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며 “서울 마곡에 들어설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에서 한껏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201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 매년 참석해 인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1995년 구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한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 ‘LG글로벌챌린저’ 행사에도 매년 참석하며 젊은 인재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150여 명의 LG글로벌챌린저 출신이 LG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