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의원(좌), 홍준표 대표(우)
서청원 의원(좌), 홍준표 대표(우)
탈당 압박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홍준표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홍 대표도 지지 않고 응수하는 등 당 지도부와 친박계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홍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지난 20일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탈당 권유’의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당과 나라를 위해 홍 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며 홍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 재판(무죄)을 받은 데 이어 3심을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 과거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런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며 “보수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치”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 의원 주장을 즉각 맞받아쳤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의 최대 피해자가 바로 나”라며 “2015년 당시 나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성 회장 측근이 서 의원 사람이니 (사실이 아닌 만큼) 자제시키라고 전화로 요청한 일은 있지만, 이후 한 번도 (서 의원과) 만나거나 통화한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보라”며 “노욕, 노추로 비난받지 마시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했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탈당을 권유한 당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라”고 서·최 의원을 압박했다.

당내에서는 서·최 의원 출당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현역의원을 출당시키려면 당 소속 의원(107명)의 3분의 2인 7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의원이 의원들의 반대표를 37명 이상 확보하면 당에서 ‘버티기’가 가능하다.

서 의원은 친박계 세력을 규합해 집단행동하는 등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홍 대표 체제를 허무는 데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하겠다”며 “홍 대표 퇴진을 위해 1차적으로 당 내외 법적 절차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도 지난 20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당을 떠날 수 없다”며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강제 출당에는 반대하면서도 두 의원의 거취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출당 의결을 위한 의원총회에서는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내주 초 대구·경북(TK)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최 의원 출당)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