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이다. 주식시장도 ‘풍작’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다. 국내 상장사들이 올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KT&G 에쓰오일 등이 이번주 줄줄이 성적표를 내놓는다. 이달 코스피지수의 랠리를 이끈 힘이 3분기 호실적에 있는 만큼 검증 단계를 거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장주’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업종별로 뚜렷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 3분기 호실적 업고 신기록 행진 펼치나
◆SK하이닉스 고점 논란 끝낼까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주들의 실적이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발표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200원(2.78%) 오른 8만12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반도체 업황 사이클 고점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일시적으로 조정받았지만 실적 발표가 임박하면서 반등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6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824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6.8% 늘어난 규모로, 직전 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이 확인되면 고점 논란도 잠잠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4분기 및 내년 실적 추정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하루 앞선 25일 실적을 공시한다.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졌다. 최근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떨어지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3분기에 56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 달 전 추정치보다 29.4% 줄었다.

26일 나올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인텔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의 실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뉴욕증권시장 상장사의 약 80%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은 만큼 IT 기업들의 호실적 행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포스코 ‘1조 클럽’ 복귀

철강·화학·정유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의 실적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경기 회복에 힘입어 주요 원자재값이 반등하면서 실적 기대도 커졌다. 철강업종의 ‘얼굴’인 포스코와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이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다른 업체들에 대한 실적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1조3650억원의 ‘깜짝 실적’을 거뒀지만 2분기에는 9791억원으로 주춤했다. 3분기에는 1조12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돼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할 전망이다. LS 고려아연 풍산 등 비철금속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740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0.9%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5일) 휴젤(26일) 한미약품(27일) 등 제약·바이오 업종 내 주요 기업들도 실적 발표를 통해 검증의 시간을 갖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추정치는 49조7921억원이다. 전년 동기(34조원)보다 46.5%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다만 당초 추정치보다는 소폭 줄었다. 3개월보다는 2.0%,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0% 감소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정치가 소폭 줄었지만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며 “실적 발표 시즌의 주식시장 흐름은 대표주 실적과 연동되는 만큼 IT 철강 화학 금융 등의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