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함께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검·경 간 합의가 안될 경우 ‘중립적인 기구’ 설치 가능성도 언급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 간 시각 차이가 큰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 해결 때처럼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중립기구를 만들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배우 이하늬 씨(오른쪽 두 번째)에게 명예경찰 위촉장을 수여한 후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배우 마동석 씨.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배우 이하늬 씨(오른쪽 두 번째)에게 명예경찰 위촉장을 수여한 후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배우 마동석 씨.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인권 경찰’ 요구하며 수사권 보장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 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의 눈과 귀가 향할 곳은 청와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찰이 돼야 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이 범죄 수사부터 기소까지 모든 권한을 독점하면서 발생하는 권력 남용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지금도 경찰이 자체 수사를 할 수 있지만 경찰에 대한 지휘 권한은 검찰에 있다.

문 대통령은 경찰과 검찰의 권력 유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제도를 개혁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찰에 자체 수사권을 약속하면서 ‘인권 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집회·시위 대응에 과다한 경찰력이 낭비돼선 안 된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찰 스스로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의미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경 시각차 뚜렷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검찰은 기소·재판과 경찰 수사를 보충하는 2차 수사만 전담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의 보충수사, 수사지휘 등으로 경찰 수사에 관여하면 수사 방해와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나누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 생각은 다르다. 기소는 수사와 구별되는 별개의 절차가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혐의 여부를 밝히는 ‘수사의 결론’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얘기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중립적인 기구에서 결론을 내겠다고 언급한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검·경 모두 배제한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자치경찰제 도입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 선발권 등을 부여해 주민 생활 안전, 교통, 경비 등 생활밀착형 치안 서비스를 지자체별로 전담하는 경찰 제도를 말한다.

조미현/김주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