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중소 조선사인 대선조선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23일께 매각공고를 내고 예비입찰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이로써 대선조선은 2010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지 7년 만에 독자생존에 나서게 됐다. 대선조선을 시작으로 국내 중소 조선사 재편작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단독] 수출입은행, 대선조선 판다… 중소 조선사 재편 '속도'
대선조선 구조조정으로 체질개선

19일 채권단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대선조선 실사 결과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대선조선은 부산에 있는 연매출 2000억원대 중소 조선소다. 1945년 설립된 국내 최초 민간자본 조선소다. 대선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업황이 악화돼 2010년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대선조선 채권단은 수은·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이다. 이 가운데 수은이 지분 67.27%를 보유한 주채권은행이다. 수은 등 채권단은 보유지분 전체를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에 성공하면 대선조선은 7년 만에 자율협약을 졸업하게 된다.

예상 매각가는 3000억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공장부지 등 유형자산 가치 약 28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한 예상치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선조선은 7년여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이뤘고 국내 조선사 간 경쟁이 덜한 중소형 선박에 특화됐다는 강점이 있다”며 “독자생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앞으로 업황이 회복되면 실적도 개선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선조선의 경쟁력이 살아난 것은 틈새시장 공략과 자구계획 추진이 잘 맞아떨어진 데 있다는 게 채권단의 분석이다. 대선조선은 다른 중소 조선사들이 중대형 탱커,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인 것과 달리 중소형 특수선종에 특화했다. 스테인리스 화학운반선과 참치어선망은 국내에서 대선조선이 유일하게 건조한다. 지난해에는 정부로부터 1만5000GT(총톤수)급 연안여객선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도 개선했다. 2014년 말 부산 청학동에 있는 2공장을 매각하는 등 지난 8월까지 212억원가량의 자구계획을 끝냈다.

선종 차별화와 구조조정 결과 올 들어 대선조선은 8월까지 11척의 특수선을 수주했다. 현재 수주잔량도 24척으로 내년 일감까지 충분히 확보했다. 또 2009년 1분기부터 계속 영업손실을 내다가 지난 2분기에 처음 흑자를 냈다.

독자생존 조선사 더 나올까

시장에선 대선조선 매각을 기점으로 중소 조선사 재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은 뒤 금융당국은 대선조선,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중소 조선사 재편방안을 검토해왔다. 대선조선 다음으로 처리방안이 결정될 후보로는 성동조선이 거론된다. 수은은 지난 8월부터 성동조선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경영진단 실사를 하고 있다. 다음달 초 나올 실사보고서에는 성동조선의 수주·손익 전망과 처리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산업은행도 지난 7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 STX조선을 실사하고 있다. 일각에선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합병설도 나온다. 산은과 수은은 성동조선·STX조선 실사 결과를 토대로 두 조선사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지 분석하고 독자생존 및 합병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조선소 모두 올해 일감이 바닥나기 때문에 고강도 비용절감 등 재편이 필요하다”며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재편작업이 속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