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수 바리스타 되기 위한 길 '메밀 수행'
한 20년 사이 슬그머니 바뀐 말이 있습니다. ‘커피를 타다’와 ‘커피를 하다’.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커피를 탄다’는 말을 주로 듣고 자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한다’는 말이 많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탄다’는 것이 커피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커피를 ‘한다’는 것은 하나의 직업으로서의 커피를 말합니다. 커피 하는 사람들, 바리스타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칩니다. 이들에게 어떤 직업병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첫 번째 직업병은 향수나 향이 강한 뷰티 제품을 못 쓴다는 것입니다. 바리스타는 향수나 향이 강한 스킨 로션 등을 쓰지 못합니다. 원두의 향과 커피 향을 늘 민감하게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연 화장품이나 아토피 피부 전용 무색·무향의 스킨케어 제품이 바리스타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이들의 손은 늘 건조합니다. 바리스타에게 청결은 1순위입니다. 아무리 작은 카페라도 여기서 일하는 바리스타들도 보건위생증을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손이 물에 닿는 시간도 많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 소독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손이 갈라져 있습니다.

손목과 어깨 통증을 달고 사는 바리스타도 많다고 합니다. 커피 만드는 일이 뭐 어렵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하루 100~300잔을 만드는 바리스타에게 손목 터널증후군과 어깨 통증은 대표적인 직업병입니다. 원두를 갈아 에스프레소 틀에 넣고 무거운 템퍼로 이를 꾹꾹 누르는 과정, 우유로 스팀을 내는 과정 모두 어깨와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지요. 카페에 가면 손목 보호대를 차고 있는 젊은 바리스타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직업병은 아니지만 바리스타에게 하체도 중요합니다. 온종일 서 있어야 하는 바리스타에게 하체 근육은 필수입니다. 오죽하면 “다리가 튼튼해야 커피 오래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바 뒤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열심히 하체 스쿼트 트레이닝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어떤 바리스타는 한 달 동안 메밀만 먹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절대미각’으로 타고나지는 않았어도 뛰어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하는 일. 혀를 순수한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중 최고는 메밀만 한 달간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짠맛과 단맛이 없고 입에 맛이 남지도 않는 이 재료로 ‘메밀 수행’을 하다 보면 충청도산인지, 강원도산인지, 중국산인지 감별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하는군요.

직업병을 알았으니, 단골 카페의 바리스타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떠오를 겁니다. 무색·무향의 천연 핸드크림, 튼튼한 손목 보호대. 잘 지워지지 않는 커피 가루를 매일 뒤집어써야 하는 이들에게 어두운색의 앞치마도 좋은 선물이겠죠. 그중에서도 최고의 선물은 “당신의 커피가 최고다”라는 한마디일 것입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