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최경환 자유한국당(왼쪽부터)·이태규 국민의당·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17일 영국 런던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최경환 자유한국당(왼쪽부터)·이태규 국민의당·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17일 영국 런던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첫 국회 국정감사가 야권발 정계개편 이슈에 휘말리면서 ‘맥이 빠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합종연횡’ 논의에 휘말리면서 정부 견제의 선봉에 서야 할 야권의 전투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과거사를 파헤치는 데 당력을 집중하면서 보수야당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고 정쟁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우선 현 정부에 날을 세울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합당 논의에 빠지면서 국감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낮아졌다. 특히 정책통 다선 의원이 대거 포진한 바른정당이 국감에서 화력을 높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바른정당은 지난달 워크숍을 하고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다룰 101개 중점 과제를 발표하는 등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국감 첫날인 지난 12일 김영우 이학재 유의동 오신환 강길부 등 의원 5명만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다음날은 이혜훈 정병국 박인숙 주호영 이학재 김영우 등 6명 의원이 자료를 냈다. 16일에는 박인숙 이학재 유의동 등 3명 의원만 국감 자료를 제출했다. 17일에도 박인숙 이학재 이혜훈 유의동 등 4명 의원만 자료를 냈다.

바른정당 의원이 20명이나 되지만 꾸준히 질의자료를 언론에 내놓은 의원실은 박인숙 이학재 유의동 의원 정도다. 바른정당 한 의원실 보좌관은 “중진 의원들은 국감 자료보다는 실제 질의에 공을 들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국감 중에 마음이 콩밭에 가 있기는 다른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18일 국감이 한창임에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가정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오는 23일부터 한반도 안보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부실 국감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 정부의 국정을 감사하기보다는 이전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적폐 공방’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유례없이 5월에 교체되면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기간을 동시에 감사해야 하는 ‘반반 국감’ 상황에서 비롯된 진풍경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년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 당시의 ‘찬성 여론 조작’ 공방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세월호 사태’ 논쟁으로 국감 첫날 오전 질의시간을 대부분 허비해버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법부가 현 정부를 감시하라고 만든 제도가 국감인데 여당이 이전 정권을 대상으로 한 적폐청산 이슈를 들고나오면서 손발이 맞지 않는 국감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민주당의) 적폐 청산론에 (한국당이) 정치보복론으로 맞대응하는 식의 정치권 공방이 국정감사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금애 국감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피감기관 수가 전년 대비 늘었음에도 휴식일과 시찰이 늘면서 국감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종필/김기만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