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고령국가 일본서 벌어지는 ‘햄버거 전쟁’
맥도날드나 버거킹과 같은 햄버거 체인점의 주 고객은 청소년 층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방문해 햄버거를 구매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통상 인구가 증가하고, 소득수준이 증가하는 시점에 햄버거 체인점이 진출해 전성기를 누리다가 인구 고령화와 함께 가맹점수가 줄어드는 등 정점에서 내려오는 패턴을 보입니다.

그런데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에서 햄버거 체인점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햄버거 업체들이 모두 매장 확장의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일본 노인들이 갑자기 ‘햄버거 팬’이 될리도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한국경제신문이 특종보도(▶마켓인사이트 10월16일 오후 3시45분)한 햄버거 업계 판도변화 움직임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경은 지난해 한국 버거킹을 인수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일본 버거킹까지 삼켰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어피너티는 버거킹 대주주인 캐나다 증시 상장사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과 버거킹재팬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는데요. 어피너티는 고전하고 있는 일본 버거킹에 한국 버거킹 운영 노하우를 수혈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버거킹의 이같은 움직임이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최대규모의 햄버거 체인 출점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등 일본 주요언론은 일제히 17일 버거킹이 일본지역 체인 운영을 투자펀드에 맡기고 출점을 확대키로 했다는 발표를 주요 뉴스로 전했습니다. 전세계에 1만600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인 버거킹은 일본에 불과 98개 점포밖에 두지 않고 있습니다. 2001년 이후 사실상 일본시장에서 손을 뗀 이후 그동안 일본시장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인수합병(M&A)건을 계기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버거킹의 ‘도전’에 프레시니스버거를 운영하는 코로와이도도 프레시니스버거 매장수를 3년 안에 두배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현재 160개인 점포수를 400개까지 늘린다는 것입니다. 웬디스재팬에 인수된 퍼스트키친은 두 회사 브랜드를 모두 사용하는 콜라보레이션 매장을 현재 20개점에서 100개점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에 앞서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가 적극적인 ‘부활’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맥도날드는 지난분기 일본 시장에서 사상최대 이익을 거두는 등 일본시장이 ‘죽은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올 8월까지 일본 맥도날드 매장 매출은 21개월 연속 증가했습니다. 맥도날드의 선전 덕에 일본 패스트푸드 시장은 지난해 4년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맥도날드는 내년도에 10년만에 점포를 늘리겠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맥도날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들은 인구감소로 시장이 줄고 있는 일본에서 햄버거 체인들의 경쟁적인 출점 움직임이 이례적이라고 놀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햄버거 시장은 객관적으로 볼때 고령화 탓에 ‘한물간’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 거품붕괴와 디플레이션, 웰빙중시 풍조 등이 모두 햄버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잊을만 하면 터진 위생문제도 부담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2002년 3892개 점포로 정점을 찍었던 맥도날드는 이후 10년간 약 1000개의 점포가 줄었습니다. 일본의 대표 체인 모스버거의 부진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일본 햄버거 시장을 대하는 회사들의 태도가 바뀐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 언론들은 20년만에 출점경쟁이 빚어진 가장 큰 이유는 ‘맥도날드 견제’로 보고 있습니다. 맥도날드의 독주를 방치하면 일본시장을 맥도날드가 홀로 장악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일본 햄버거 체인점들의 분투가 일본시장의 ‘고령화 트렌드’를 과연 되돌릴 수 있을까요. 시계의 바늘을 되돌리거나,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려는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