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입주민들이 커뮤니티센터 내 북카페에서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 김형규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입주민들이 커뮤니티센터 내 북카페에서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 김형규 기자
“피트니스센터, 사우나에 고급 조식까지 제공되니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에 사는 것 같습니다.”

17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아파트의 커뮤니티센터 북카페는 아침식사를 하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입주민들은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들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즐겼다. 오전 5시30분에 배달된 샐러드와 샌드위치는 당일 만들어 신선했다. 3~4인 가족 단위로 방문한 주민들이 나누는 대화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 매일 조식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40대 워킹맘 A씨는 “회사 출근 시간이 불규칙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아침을 못 해줬는데 지금은 출근 전에 함께 와서 배불리 먹고 간다”고 말했다.

◆4000~6000원에 아침 해결

올 하반기 들어 일부 서울 아파트단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조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2~3년 전 조식 서비스를 공약한 분양단지가 생겨난 데 이어 지난 7월부터 완공 후 실제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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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에서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성동구 성수동의 ‘트리마제’와 반포동의 ‘반포리체’ 아파트다. 지난 5월 입주한 성수동 트리마제는 7월부터 6000원에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조·중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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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8년째인 반포리체도 주민 요청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조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 카페에서 식사할 수 있으며 가격은 4000원이다. 볶음밥, 주먹밥, 샌드위치, 샐러드 등 서양식으로 매일 메뉴를 바꾼다. 커뮤니티 서비스 위탁업체인 SM스포츠가 입주자대표회의 요청을 받아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초 오전 7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운영하던 배식시간도 입주민 요청으로 오전 6시30분부터 2시간으로 늘렸다. 30인분만 준비하던 음식도 1주일 만에 160인분으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이용 인원은 최대 150명 안팎이다. 절반 이상은 테이크아웃(4500원)으로 식사를 가져간다. 조식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주로 30·40대 직장인이나 중·고등학생이다. 유현진 SM스포츠 본부장은 “30여 개 식품 납품업체가 적자를 예상해 납품을 거절했지만 단지 인근 음식점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해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임차료가 들지 않아 150명 정도 식사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전했다.

반포리체는 시범운영기간이 끝나면 식사비를 관리비에 추가해 조식 서비스 이용 가구에 한해 선택적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서 단지 내 수익사업을 금하고 있어서다.

◆조식 서비스 빠르게 확산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 공사를 수주하려는 건설사들도 ‘조식 서비스’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입주하는 2년 뒤 강남권 고급 아파트엔 조식 서비스가 기본으로 갖춰질 전망이다. 지난 11일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은 입찰 때부터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열사인 롯데호텔의 운영 경험을 살려 호텔급 조식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를 수주한 현대건설도 현대백화점그룹·서울성모병원 등과 협력해 입주 후 조식 서비스를 100회 제공할 예정이다. 이후엔 주민 선택에 맡긴다.

강남권 입주 예정 단지들도 조식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분양한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래미안 블레스티지’ 시공사와 입주 예정자들도 다른 단지 사례 등을 분석하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조식 서비스 바람은 신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위례신도시 ‘위례자연앤 래미안e편한세상’은 풀무원과 협력해 아침(3500원)은 물론 점심·저녁식사까지 제공한다.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의 ‘미사강변센트럴자이’도 입주민 요청으로 조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카페테리아를 설치하기 위해 하남시에 인허가를 신청했다.

조식 서비스 도입에 실패한 곳도 있다. 작년 조식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주 후 4개월 만에 조식 제공을 중단했다. 서울가든호텔과 연계해 케이터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가격이 2만원으로 비싼 게 실패요인이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 이후 최종 서비스 운영주체는 주민”이라며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