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GM 부평공장 ‘초긴장’ > 한국GM이 지난 3년간 2조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최대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볼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철수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GM 부평공장 서문으로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한국GM 부평공장 ‘초긴장’ > 한국GM이 지난 3년간 2조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최대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볼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철수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GM 부평공장 서문으로 화물을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회 정무위원회가 오는 23일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채택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 철수설(說)과 한국GM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따져묻기 위해서다. 국내 4곳에 공장을 둔 한국GM이 문을 닫거나 무너질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엄청난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GM의 이자놀이 의혹

한국GM이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1차적으로 수출이 급감한 탓이다. 미국 GM 본사가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하면서 쉐보레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는 한국GM의 유럽 수출 물량은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GM은 대체 시장으로 러시아를 공략했지만 2014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자 2015년 러시아 시장에서도 철수했다.

한국GM, 수출 급감에 누적 적자만 3조…미국 본사는 '수수방관'
상처는 컸다. 한국GM의 연간 완성차 수출은 2013년 63만 대에서 지난해 42만 대로 감소했다. 군산공장 가동률은 20%대로 주저앉았다. 내수시장에서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한국GM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7.8%(9월 말 기준)까지 떨어졌다. 2002년 한국GM 창립 이후 가장 낮다.

공장을 놀리는데도 인건비는 계속 올랐다. 지난 3년간 총 인건비는 40% 이상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국GM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올 들어 수차례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GM 본사가 한국GM을 구조적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GM 본사가 부품 등 원재료 가격을 비싸게 넘기고 한국GM이 만든 완성차는 싸게 받아 해외 시장에서 팔았다는 ‘이전가격’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국GM의 매출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기준으로 93%에 달했다.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한국GM이 GM 해외 법인에 공급하는 반조립제품 등의 공급가격과 생산원가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국GM은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GM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은 지금까지 GM 본사로부터 총 3조1000억원을 차입했다. 대부분 연 4.8~5.3%의 비싼 이자를 내고 빌린 돈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국내외 금융회사 차입이 불가능한 탓이다.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가 부담하는 금융권 이자율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철수 땐 30만 명 일자리 ‘흔들’

GM 본사와 산은 사이에 맺은 주주 간 계약이 16일 만료됐다. GM이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지 딱 15년 만이다. 이에 따라 산은의 특별결의 거부권이 사라져 GM이 한국 철수를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그동안 산은은 한국GM 총자산의 20%를 넘는 자산의 처분·양도와 관련된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시장 안팎에선 GM 본사가 한국GM 법인을 청산하거나 지분을 통째로 국내외 기업에 넘길(완전 철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M이 최근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일부 해외 시장에서 생산을 잇따라 중단하는 것과 맞물려서다. GM의 중국 합작사인 상하이자동차 측에 지분을 넘길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GM 지분은 미국 GM이 76.96%, 산은이 17.02%, 상하이자동차가 6.02%를 보유하고 있다. 가동률이 낮은 전북 군산공장 등 일부 생산설비를 폐쇄하거나 부평공장 부지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GM의 철수 가능성이 아직 높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50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보유한 한국GM의 경·소형차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간 18만 대에 달하는 한국GM 내수시장 판매량과 국내 부품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업계에선 ‘GM의 선택’이 가시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M이 철수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한국GM 직원 수는 1만6000여 명에 달한다. 협력업체 수(1·2·3차 포함)는 3000여 곳에 이르며 관련 종사자만 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자동차무역의 불공정’을 앞세우고 있는 것도 불길하다는 지적이 많다. 자칫 한국GM의 운명이 미국 측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