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호황과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 3분기에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2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홍보관 ‘삼성딜라이트’ 모습.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글로벌 반도체 호황과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 3분기에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23.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홍보관 ‘삼성딜라이트’ 모습.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반도체 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반도체 다음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3분기에 14조5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B2B(기업 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과거라면 악재였을 애플의 신제품 출시도 전체 실적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아이폰X(텐) 판매가 시작되는 4분기에는 애플에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와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판매가 늘며 영업이익이 16조~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이익률 신화 쓴 반도체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으로 50%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D램에서 60%대 중반, 낸드에서는 50%대 초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 거침없는 '실적 신기록'… 반도체 영업이익률 50% 넘었다
삼성전자는 물량은 물론, 집적화와 미세화 등 질적인 면에서도 경쟁자를 압도하며 수익성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화성 공장에서는 1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의 생산 비중을 늘려 생산단가를 낮췄다. 지난 7월 가동에 들어간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3차원(3D) 낸드 생산도 늘어 48단 이상 3D 낸드가 삼성전자 낸드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었다.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며 다른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줄고 있는 PC용 D램 가격이 최근 상승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서버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D램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PC제조업체들이 D램 가격 인상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12%, 낸드플래시는 21%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선방한 스마트폰과 가전

스마트폰에서는 3조원대 초중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4조600억원의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최대 1조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8 시리즈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다소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노트8의 시장 반응이 좋고, 지난 7월 한정판으로 내놓은 갤럭시노트FE 등도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분기 실적은 갤럭시노트8의 흥행 여부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노트8은 세계 40개국에서 진행한 예약판매 실적이 역대 갤럭시노트 시리즈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X과 판매 경쟁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2분기와 비슷한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플렉스워시 등 신제품 판매가 늘어난 생활가전 부문이 선전을 이어갔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별로 판매물량을 조정한 TV사업은 부품 가격 상승에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어갔다.

◆4분기 기대되는 디스플레이

2분기 1조7100억원을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3분기에 8000억~9000억원으로 반토막 났을 것으로 보인다. 2분기까지 강세를 나타냈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값이 3분기 들어 하락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OLED의 수익성 하락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은 4분기에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가장 큰 복병인 아이폰X 출시가 발판이다. 아이폰에 들어갈 플렉시블 OLED를 제작해 ‘애플 전용 라인’으로도 불리는 천안 A3 공장의 가동이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아이폰X의 판매 규모가 변수지만 전자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4분기에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의 실적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3~6개월에 앞서 선주문이 이뤄지는 반도체에서는 4분기 11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며 “여기에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가전사업의 영업이익까지 합하면 삼성전자는 4분기에 16조~17조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경목/안정락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