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지난달 25일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왼쪽)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이 지난달 25일 초대형 광석운반선 10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2015년부터 이어진 ‘수주절벽’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은 업계 선두주자답게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을 앞세워 위기를 벗어난다는 전략이다.

권오갑 부회장
권오갑 부회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25일 국내 해운선사인 폴라리스쉬핑과 맺은 32만5000t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 수주 계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 수주는 2012년 그리스 선주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한 이래 단일계약 기준으로는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 선박은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비해 선박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변환할 수 있도록 ‘LNG 레디(ready)’ 디자인이 적용됐다. 평형수처리장치와 탈황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 등도 장착돼 친환경 선종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부터 미래 먹거리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포한 기술, 품질 중심 경영 전략이 대규모 수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최근 업계 최초로 ‘LNG선 종합 실증설비’를 구축해 LNG선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과시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연료인 LNG 선박 기술이 주목받고 있어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3월에는 신개념 LNG 재기화시스템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저장된 LNG를 기체 상태로 바꿔 육상에 공급하는 LNG-FSRU의 핵심 설비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조선 기술의 융합도 현대중공업이 차세대 사업으로 주력하는 분야다. 회사 관계자는 “IMO가 2019년부터 선박운항관리체계를 디지털화하는 이내비게이션(e-Navigation)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스마트 선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7월 ICT를 활용해 선박 운항, 관리를 지원하는 통합스마트선박솔루션을 개발했다. 통합스마트선박솔루션은 항해사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항해 방법을 표준화하고 운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운항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시스템으로 연간 약 6%의 운항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위해 조선업계 최초로 ICT기획팀을 신설하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영입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다. 5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선사인 바흐리사와 스마트십 부문 협력관계 구축을 주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바흐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37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바흐리와 엔진·발전기 등 선박의 기관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선박 정비 시점까지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십은 ICT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박의 효율적인 운항을 돕는 시스템으로 현대중공업이 201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스마트십 시스템이 적용된 선박은 300여 척에 달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아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조선, 해양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현대중공업의 위상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