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충전기 설치 추진… 주유소 사장님들 "글쎄"
“전기차 수요가 어느 정도는 돼야 사업자들도 움직이죠. 손님이 없는데 1000만원씩이나 투자할 이유가 없죠.”(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

서울시는 지난달 24일 환경부, 서울시의회 등과 ‘서울 전기차 시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서울의 모든 주유소에 2025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급속 충전기 10대가 모여 있는 집중충전소 다섯 곳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유소업계에서는 정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목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충전기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있는 주유소가 많지 않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전기차 충전기는 안전 규정에 따라 유류저장탱크와 최소 6m 떨어져 설치돼야 한다. 또 전기차는 완전 충전까지 30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차량이 대기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서울 시내 주유소 553곳 가운데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주유소는 단 한 곳이다.

더딘 전기차 보급률도 걸림돌이다. 주유소 운영자들이 충전기 설치를 결정할 만큼 사업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시에 등록된 전기차는 지난 8월 말 기준 2894대로, 전체 차량(311만3550대)의 0.09% 수준이다. 앞서 서울시는 2018년까지 전기차 5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2014년 발표했지만, 보급 현황은 목표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서울시는 충전기 설치 지원금을 지급해 단계적으로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전기 한 대 설치 비용은 약 4000만원인데 이 중 3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금의 전기차 보급률로는 아무리 비용 지원을 한다 해도 인프라 확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