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軍 수뇌부 불러모은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지난 5일 미군 수뇌부를 백악관으로 불러모은 뒤 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폴 셀바 합참 차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 軍 수뇌부 불러모은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지난 5일 미군 수뇌부를 백악관으로 불러모은 뒤 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폴 셀바 합참 차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폭풍 전 고요일 수 있다. 이 방에 세계 최고 군인들이 있다.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5일 군 수뇌부와 회의 뒤 발언)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은 효과가 없었다. 다만 단 한 가지 방법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7일 트위터 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북한 관련 언급이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으려는 ‘미치광이 전략’(자신을 예측 불가능한 미치광이처럼 보이게 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최악의 경우 군사행동을 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북 초강경책을 앞세워 20%대로 떨어진 미국 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 노동당 전원회의 참석한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의사 결정과 관련해 손을 들고 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핵·경제성장 병진 노선을 강조하고, 당 중앙위에 자신의 측근들을 포진시키는 대대적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 노동당 전원회의 참석한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의사 결정과 관련해 손을 들고 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핵·경제성장 병진 노선을 강조하고, 당 중앙위에 자신의 측근들을 포진시키는 대대적 인사 교체를 단행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추가 도발 겨냥했나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하고 잇달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노동당 창건일인 10일께 미국 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도발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원들은 “북한이 사거리 1만2000㎞에 이르는 ICBM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통상 기념일을 택해 도발해왔다. 미국이 노동절 휴일이던 지난 9월2일 저녁, 북한 시간으로는 9월3일 새벽 6차 핵실험을 한 게 대표적이다. 이용석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 부국장보는 “직원들에게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화요일, 미국 (현지시간으로) 콜럼버스 데이인 9일 월요일에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추가 도발을 막는다는 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미치광이 전략을 동원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은 군사행동을 시사하는 듯하면서도 모호하다. 지난 5일 그는 ‘폭풍’의 의미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7일 트위터에 올린 ‘한 가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풍의 실체’ 관련 질문에 “대통령은 뭘 할지 미리 말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한 가지’가 대북제재 강화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경제적 제재는 중국의 동참으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경제 제재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해 군사옵션 쪽에 무게를 싣는 관측 역시 있다.

뉴스위크 국제뉴스 편집자를 지낸 마이클 허시는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미치광이 전략이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리처드 닉슨,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각각 베트남전, 쿠바 핵미사일 위기 당시 같은 전략을 쓴 상황을 들어 “북핵 상황도 새 전략을 택할 예외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위기 타개 위해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뛰어난 협상가’라고 자평해왔다. 평생 사업가로 살아온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적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곤경에 몰리면 다를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AP통신과 여론조사기구 NORC공공문제연구소가 9월28일~10월2일 미국 성인 11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여론은 24%에 불과했다. 지난 3월 42%, 6월 35%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네 차례 시도한 오바마케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제도) 폐기가 불발됐고, 세제개편안도 ‘부자 감세’라는 여론이 높아져 의회 통과가 쉽지 않다. 이 같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고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트럼프의 대북 강경 자세는 행정부 내 구도도 바꾸고 있다. 대화를 우선해온 온건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달 30일 “북한과의 대화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7일엔 “(틸러슨 장관과) 일부 현안에 대해 이견이 있다”며 “그가 좀 더 강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