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금호타이어 왜 포기했나…이동걸 산은 회장 강력 압박에 생각 바꾼 듯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를 포기한 것은 자칫 그룹 전체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와 중국 공장의 합작 전환이 실패할 경우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박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의 독대 이후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박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구안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이를 실제로 이행하더라도 금호타이어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며 “자율협약 방식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남은 계열사를 지키기 위해 산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은은 금호아시아나의 주계열은행이자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의 주채권은행이다.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산은의 총 여신은 약 2조722억원에 달한다. 금호타이어(1조2003억원)가 가장 많고 아시아나항공도 8108억원이나 된다. 앞서 산은은 보유하고 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1220만 주(지분율 5.9%)를 매각했다. 산은은 “지난해 발표한 ‘산은 혁신 과제’에 포함된 비금융 자산 처분 작업의 일환”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금호와의 관계 청산을 위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는 얘기도 나왔다.

계열사들의 경영 여건도 녹록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이 738%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은 2380억원에 머물고 있다. 그룹 중간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도 아시아나항공 주식 100%를 담보로 8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겨우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자율협약을 통해 시간을 번 뒤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단계로 꼽히는 금호타이어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했지만 채권단 관리 아래에서 경영상태를 정상화한 뒤 회사를 되찾으려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