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스마트폰이 비싼 이유…'출고가' 불편한 진실
스마트폰은 TV, 냉장고, 세탁기 등 다른 전자제품만큼 수명이 길지 않다. 고작해야 2~3년이면 수명을 다한다. 교체율도 높다. 스마트폰이 더 비싸 보이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다. 제품의 용도, 기능보다 더 중요한 구매 요건이 되기도 한다. 가격이 비싸면 비난의 화살이 제조사로 향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출시한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이 100만원을 넘어 논란이 된 것처럼 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가격의 상승 배경으로 혁신 경쟁을 꼽는다. 저마다 신기술 탑재에 매달리다 보니 그만큼 부품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사들이 매번 출시 때마다 최고의 기술력이 응집된 제품을 내놨던 점을 고려하면, 신기술 탑재를 최고 가격 경신의 이유로 보긴 어렵다. 여기엔 '출고가'라는 근본적 배경이 있다.

◆출고가에 포함된 판매장려금과 보조금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출고가의 의미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일반적인 소비재에 적용되는 '소비자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출고가는 소비자가가 공장도가와 유통마진으로 구성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복잡하고 차이가 크다.

출고가는 말 그대로 공장 창고를 나가는 가격이다. 일반 소비재로 따지면 '공장도가' 정도가 되겠지만 여기엔 다른 의미가 추가된다. 출고가는 실제 제조원가와 제조사 이익금 그리고 판매장려금(판매점에 지급하는 지원금)으로 이뤄진다.

제조사는 이통사에게 출고가로 제품을 판매하고 다시 제조사의 제품을 판매해준 대리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 결과적으로는 단말기 판매원가(제조원가+이익금)를 보장받는 구조다.
출고가를 높이는 주된 요인은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이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을 빼고 출고가를 매긴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스마트폰 가격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출고가를 높이는 주된 요인은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이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을 빼고 출고가를 매긴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스마트폰 가격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통사는 출고가에 요금제를 더해 총 판매금액을 정한다. 여기엔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포함된다.

출고가를 높이는 주된 요인은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이다.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을 빼고 출고가를 매긴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스마트폰 가격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단 얘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제조사가 판매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을 줄이고 공시지원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고가를 낮춰서 단말기 할부금을 낮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출고가 낮출 수 있을까

판매장려금이 소비자 혜택보다 유통망의 배만 불린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마치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처럼 눈을 속여왔다는 논란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출고가 100만원의 A 제품이 있다고 치자. 판매자들은 소비자에게 이미 출고가 안에 포함된 판매장려금 얼마를 할인해준다는 식으로 영업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더 싸게 산다는 기분을 느낀다. 여기에 이통사의 보조금까지 더해져 판매도 수월해진다.

출고가는 단통법 시행의 이유였다. 휴대폰 출고가 담합에 대한 논란이 일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단통법을 시행했다. 단말기 제조사가 리베이트 및 지원금을 미리 반영해 휴대폰 출고가 담합을 미리 막아보자는 것이 단통법의 시행 취지였다. 그러나 효과는 거의 보지 못했다.

최근 여·야가 잇달아 발의하고 있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스마트폰 출고가 거품을 제거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달리 말하면 ‘단통법 폐지’다. 이 법은 통신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구입을 분리하는 게 골자다.

다만 어떤 영향이 있을 지를 두고 이견이 존재한다. 일각에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독자적인 유통망 구축시 구축비용을 단말 가격에 전가해 오히려 출고가가 오를 우려가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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