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美·日 정상회의 >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맨 왼쪽)이 21일(현지시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열린 미국, 일본 정상과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홉 번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맨 오른쪽)가 문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韓·美·日 정상회의 >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맨 왼쪽)이 21일(현지시간) 뉴욕 롯데팰리스호텔에서 열린 미국, 일본 정상과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홉 번째)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맨 오른쪽)가 문 대통령을 주시하고 있다. /뉴욕=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미국이 ‘끝장제재’로 불리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결국 빼들었다. 과거 핵 개발에 나선 이란을 협상장으로 불러내 무릎 꿇린 초강경 제재다. 미 언론은 “북한을 상대로 전쟁 운운하는 것에 비해 합리적인 옵션”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제재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고립에 익숙하고 제재를 회피할 방법도 적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란 무릎 꿇린 '끝장제재' 꺼낸 트럼프…'핵폭주' 김정은도 잡을까
◆예고된 초강력 제재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도입은 여러 차례 예고됐다. 지난 6월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과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미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차단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지난달 2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공상은행 건설은행 등 중국 주요 12개 은행이 북한과 불법거래를 계속하고 있다며 미 금융망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 등 미국 주도 제재안이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무산되자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세컨더리 보이콧 도입 행정명령은 북한의 최대 지원세력으로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하고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 그런 교역을 돕는 금융기관을 모두 미 금융시스템 밖으로 퇴출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돈줄을 완전히 틀어막아 핵 포기 협상장으로 손들고 나오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은 특정 개인과 단체를 대신해 직접 북한과 거래했거나, 직접이 아니더라도 북한과 거래한 제3의 개인 또는 단체와 거래를 했을 경우까지 모두 제재하기로 했다. 금융거래 외에 건설, 제조, 광업 거래까지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또 북한을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관련 배나 비행기에서 물건을 옮겨실어도 같은 기간 미국 접안이 불가능하다. 북한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란 때와 상황 달라

미국은 2010년 이보다 강도가 약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로 성과를 냈다. 이란 핵 개발 자금을 말리기 위해 이란과 석유를 거래하는 국가를 미국의 금융 거래망에서 차단하는 ‘이란제재법’을 도입했다. 중국과 한국 등 대부분 거래국이 이란과 석유거래를 중단해야 했다. 이란은 협상테이블로 나왔고 2015년 말 핵 개발 중단에 합의했다.

니콜라스 번스 전 미 국무차관은 “이번 조치는 ‘스마트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하며 “이란에 제재를 가할 때도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제재가 동시에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측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이란과 달리 고립과 자력갱생에 익숙한 데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과의 거래에서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1년 전에 도입됐더라면 판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카드였을 테지만 핵무기 완성을 코앞에 둔 북한이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집행 의지가 관건

제재 내용 자체에 적지 않은 구멍마저 엿보인다. 행정명령은 제재 조건으로 북한과의 거래 규모가 ‘상당하고’, ‘(북핵 개발에 도움이 될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등의 단서가 붙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향후 제재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조건을 어떤 수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제재 그물망이 촘촘해질 수도, 엉성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