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노동개혁 최우선 추진…프랑스에 투자해달라"
“최대한 빨리 프랑스를 개혁해 기업 활동을 돕고 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하겠습니다.”

벵자멩 그리보 프랑스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사진)은 22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對)프랑스 투자를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리보 장관은 21~22일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당) 창당의 주역이자 마크롱 대통령 후보 시절 대변인을 지낸 최측근이다. 지난 5월 출범한 마크롱 초대 내각에서 처음으로 방한했다.

그리보 장관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25%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연합(EU) 관계자와 만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을 떠나는 금융회사들을 프랑스에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정부는 투자와 고용, 소비를 촉진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동개혁과 감세까지 친(親)기업 정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130만유로(약 17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부과하는 부유세 세율을 50~60%에서 30%로 일괄 인하하고, 주식 투자로 얻은 소득은 부유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세제 개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자산에만 부유세를 물리겠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노동개혁 법안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고용주의 해고 비용을 줄이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법안의 골자다.

개별 기업 노조에도 단체교섭 권한을 부여해 산별노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초과근무 수당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직업 등에 따라 37가지로 세분화된 복잡한 퇴직연금제도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IMF는 21일(현지시간) 프랑스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동개혁 공약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프랑스 경제가 긴 성장둔화 기간을 지나 회복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점검, 재정적자 감축, 감세 등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IMF는 지난해 1.2%에 그친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6%, 내년 1.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에서 두 차례 잇따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법을 개정하는 법률명령에 서명했다.

그리보 장관은 “시위는 당연한 권리지만 선거를 통해 당선된 사람들이 개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결정되는 등 유럽에서도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득세했었다”며 “프랑스에서도 포퓰리즘 정당이 당선됐다면 지금의 프랑스 모습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