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악재에 유·화·철 '휘청'…IT·금융주로 투자 몰리나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세에 힘입어 고공행진하던 화학 정유 철강 등 경기민감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원자재값이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국내 화학업체를 대상으로 한 중국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 소식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증권업계에선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란 의견과 하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제히 하락한 경기민감株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은 2만원(5.14%) 떨어진 36만9000원에 마감했다. 하반기 들어 30% 넘게 치솟은 LG화학은 최근 7거래일 새 9.33% 하락하며 주춤한 모습이다. 이날 증시에서 롯데케미칼(-3.76%) 한화케미칼(-3.52%) 등 주요 화학주가 대거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흐름에 민감하게 연동되는 정유 철강 금속 조선주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포스코가 3.16% 떨어졌고 삼성중공업(-4.11%) 풍산(-3.85%) GS(-2.71%) 에쓰오일(-1.64%) 등도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12월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게 경기민감주 약세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 강세→원자재값 약세→제품 가격 하락’의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미국시장에서도 철광석 구리 니켈 등 산업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US스틸(-4.38%) 엑슨모빌(-0.82%) 다우케미칼(-0.13%) 등 관련주들이 조정을 받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6월 미국의 금리 인상 때도 경기민감주의 약세와 금융주의 강세 현상이 함께 나타났다”며 “달러 강세와 중국 경기 부진으로 원자재값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대표 화학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보복성 반덤핑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충격을 줬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자재값은 떨어지더라도 화학업체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며 “화장품 면세점주처럼 장기적인 무역보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세장서 IT·금융株 강세

최근 증시를 이끌던 경기민감주가 급락하자 실적 개선 기대가 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주와 금리 인상의 혜택을 누릴 금융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이 크기 때문에 수급이 일시에 개선되기 어렵다”며 “IT와 금융주로의 수급 쏠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65만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KB금융(1.96%) 하나금융지주(2.45%) 삼성화재(2.22%) 등 금융주도 하락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양호하기 때문에 경기민감주의 조정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의견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경기 호조가 이어질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원자재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을 포함해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도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계심리 때문에 바로 반등하지는 못하더라도 조만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주의 3분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71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5%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7292억원으로 작년보다 13.4%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만수/은정진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