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일본에 단호박을 처음 수출한 경기 연천 단호박연구회 회원들.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달 8일 일본에 단호박을 처음 수출한 경기 연천 단호박연구회 회원들. /농촌진흥청 제공
국내 농업계가 국산품종 육성과 신기술 연구개발(R&D)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R&D는 농가의 고령화와 시장 개방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식품의 새로운 수출시장을 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33억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은 전통적 수출시장인 일본·미국을 넘어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으로의 수출은 상반기 6억달러에 달하며 12.3% 증가했다. 여기에 수출 품목도 인삼, 파프리카에서 딸기와 포도, 화훼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한층 커졌다는 설명이다.

농식품 수출국과 품목 다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이 R&D다. 국내 농업기술 R&D를 주도하는 농촌진흥청은 수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해 4월 ‘농식품수출기술지원본부’를 출범시키고 신품종·신기술 개발, 현장 애로 해결, 컨설팅 등 수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진청의 도움을 받아 수출시장을 뚫는 국내 농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연천군 단호박연구회는 지난달 8일 단호박 18t을 일본에 처음 수출했다. 올초 농진청이 주관한 ‘찾아가는 수출현장 종합컨설팅’에 참석한 것이 수출의 계기가 됐다. 연구회원들은 농진청으로부터 단호박 수확 후 저장·세척 방법, 파리 방제 요령 등과 함께 일본 시장 정보와 수출 현황 등을 접했다.

전남 보성군 벌교농협은 농진청이 개발한 국내 1호 참다래인 ‘제시골드’ 품종을 재배해 연간 120t을 싱가포르와 미국 등지에 수출한다. 국산품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수출국 위주로 맞춤형 유통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경남 산청군 딸기농가들로 구성된 조이팜 영농조합은 농진청이 개발한 딸기 품종 ‘매향’과 ‘설향’ 350t을 매년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공급하고 있다. 당도와 크기, 신선도 등에서 우수한 국산품종에 이산화탄소 처리 등 신선도 유지 기술을 접목하니 수출길이 열렸다.

경기 화성시 포도수출협의회는 포도의 장기저장을 가능하게 하는 아황산염 살균패드 기술을 활용해 중국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에 연간 500t을 수출하고 있다. 충남 당진프리지아 영농조합은 ‘샤이니골드’와 ‘골드리치’ 등 국산 프리지아 품종을 10만 본씩 일본에 수출한다. 저온에도 견딜 수 있는 국산 프리지아꽃은 일본 졸업·입학시즌인 3월 말에 특히 인기가 높다.

라승용 농진청장은 “네덜란드와 덴마크, 뉴질랜드 등 농업 선진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수출국 니즈에 부합한 품종과 상품 개발, 마케팅 지원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