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주호영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연합뉴스
여야 의원들이 20일 국회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주호영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장,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연합뉴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진통 끝에 채택했다. 여야는 김 후보자 인준 표결을 하루 앞둔 이날도 자질 여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야당 의원을 개별 접촉하며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유한국당 ‘반대’ 당론

인사청문특위는 이날 심사경과보고서 작성 방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한 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3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각 당의 적격·부적격 내용을 병기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심사경과보고서에 인사청문특위의 적격·부적격 무기명 표결 결과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당이 채택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등 3당만 참여한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지난 13일 청문회가 끝난 뒤 1주일 만이다.

심사경과보고서는 “대법관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적격 의견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합법화, 양심적 병역 거부, 동성혼 등 사회갈등사안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로 자격에 우려가 제기됐다”는 부적격 의견을 함께 적었다.

지난 19일 여야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4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2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당은 부결을 위한 표 단속에 들어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동성혼·동성애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법적 가치관, 종교적 가치관을 흔들 위험성이 대단히 크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소속 의원들에게 표결에 대비해 비상 대기령을 내린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반대’ 당론을 확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인데 내일(21일) 오전 의총을 열어 당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에서도 일부 찬성 의견이 나오면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의원 자율 투표를 원칙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찬성 의견이 우세한 편이지만 절반가량(20석)이 입장을 유보해 표결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야당 설득에 총력

민주당은 이날 ‘맨투맨식’ 야당 설득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임이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고 도덕적이고 청렴한 법조인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야당 지지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어 당 소속 121명 의원 전원이 1 대 1로 야당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에게 “의원들이 아는 분을 한 사람씩 직접 찾아뵙고 얘기하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준에 필요한 과반을 확보하려면 민주당 의석(121석)에다 김 후보자에게 호의적인 정의당(6석)과 새민중정당(2석), 정세균 국회의장을 더한 130석 외에 20석이 더 필요하다.

청와대와 추 대표도 직접 발벗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한 출국 직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전화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협조를 구했다”며 “안 대표는 좋은 성과 내시고 건강히 잘 다녀오시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전병헌 정무수석도 야당 의원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추 대표는 안 대표와 막판 회동도 추진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일정을 협의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며 “21일 국민의당 의총이 있고 여러 상황으로 봐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유승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