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 경영에 채용 비리까지…금감원의 '민낯'
금융감독원이 전 직원의 50%가량을 관리직으로 두고 인건비 예산을 마음대로 증액하는 등 방만경영을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4년간 장모 계좌로 735억원(누적거래액)의 주식거래를 하는 등 임직원 비리와 특정 지원자를 위해 신입직원 모집정원을 바꾼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금감원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직·인력 구조부터 문제투성이였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감원 직원은 1927명으로, 이 가운데 팀장급 이상 관리직은 871명(45.2%)에 달했다.

금감원은 또 1·2급 직원 중 63명을 무보직 상태로 팀원으로 배치했다. 하는 일은 하위직급과 같은데 급여만 많이 받도록 배려해줬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은 연간 예산의 80%가량을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감독분담금을 거둬 충당한다”며 “금감원이 인건비 증가분을 반영해 지난해 2489억원이던 분담금을 올해 2921억원으로 늘리는 등 지난 3년간 평균 13.6%씩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비리도 만연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 때 직군별 선발 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임의로 조정해 합격자가 뒤바뀐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총무국장이 특정 지원자를 위해 3개 분야(경제·경영·법학) 채용인원을 한 명씩 늘리라고 지시해 결과적으로 이 지원자가 합격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금감원 직원 44명이 부당 주식거래를 한 혐의도 밝혀냈다. 금감원 직원 A씨는 장모의 계좌를 통해 2013년부터 4년간 7244차례에 걸쳐 735억원어치의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특혜채용과 관련해 당시 총무국장을 면직하고 인사총괄팀장을 정직 처분하라고 금감원장에게 통보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 김수일 전 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에 대해서도 관리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