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률 높이려면 비급여 진료비 줄여야"
한국보험학회, 문재인 케어 주제로 정책세미나
"문재인케어, 재원조달 현실성 있어… 지출규모는 불확실"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적으로 필요한 모든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는 내용의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 보험학계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한국보험학회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재인 케어의 정착 과제와 민영건강보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문재인 케어와 민간의료보험'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정부의 재원조달 방안은 현실성이 있으나 재정 지출 규모에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해 중간평가를 시행해 계획을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최근 10년간 보험료 증가율, 보험료 수입 자연증가율, 건강보험공단의 누적적립금, 국고 보조 증액 등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최소 30조원에서 최대 8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문재인 케어'에 소요되는 30조6천억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그러나 재정 지출 규모가 확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비급여의 본인 부담률을 50%, 70%, 90%로 차등 적용하겠다고 하는데 이 본인 부담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지출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고, 비급여의 급여 전환으로 의료이용량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정부가 국고지원 증액을 명확하게 약속해 재원조달을 확실하게 한 뒤 2019년 중간평가를 시행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또 의료계가 요구하는 적정수가 보장을 위해서 현재 원가의 1.5배나 되는 관행 수가를 기준으로 한 비급여 진료비를 원가 기준으로 바꾸고 초과이익분을 급여 수가 인상에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재설정 방안도 제시했다.

민간의료보험이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것을 금지하되 고급의료서비스, 소득 손실, 간병비, 교통비 등을 보장하는 것을 허용하고 보험금 지급 방식도 현재 정액 또는 실비 보상에서 정액 보상으로 일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문재인 케어의 한계와 공사건강보험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 진료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출 관리 없이 보험료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의 방안처럼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서 국민부담으로 돌아가는 급여비를 확대하기보다는 비급여 진료비를 줄이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보장률은 급여비(보험료+세금)를 급여·비급여 진료비로 나눠 계산한다.

2015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는 병원에 따라 평균 7.5배나 차이가 났다.

비급여 진료비에 끼어 있는 이런 거품만 제거하면 재원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아도 보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현재 인구구조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를 추진할 수 있으나 인구피라미드의 변화를 고려하면 지속가능성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민영 건강보험을 활용해 공사건강보험의 역할 체계를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항석 성균관대 교수는 '실손의료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정부 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련 인프라와 관리체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비급여가 공적 관리체계에 있지 않다면 비급여 의료가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비급여 진료비가 표준화되지 않은 탓에 전체 진료비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비급여 의료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개선안이 필요하고 비급여 항목의 코드, 명칭, 진료 서식을 표준화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이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장성 강화 대책의 구체적인 세부 실행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실손보험의 상품구조나 보장 내용의 변경은 점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실손보험관리체계를 위해 데이터를 정비하고 보험료 산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