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만 오르는 장세에서 고전했던 중소형주 펀드들이 모처럼 살아나고 있다. 2년 전 바이오·헬스케어 열풍 이후 처음으로 수익률 30%(연초 이후)를 넘어선 펀드도 나왔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소형 정보기술(IT) 소재와 장비주 비중을 늘린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2017년 수익률 30%… 중소형주 펀드의 반란
◆수익률 30% 펀드 2년 만에 등장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줄곧 펀드 수익률 1~2위를 달렸던 ‘하이중소형주플러스’의 수익률이 지난 15일 기준으로 30.01%를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다. 액티브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연간 기준으로 30%를 넘어선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률(17.33%)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 2, 3위인 ‘대신성장중소형주’와 ‘맥쿼리뉴그로쓰’ 펀드는 28.46%, 25.86%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넘어선 중소형주 펀드가 1개뿐이었다.

펀드 업계에서는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5% 종목(96개)을 대형주로 본다. 나머지 종목은 중소형주로 분류한다. 중소형주 펀드는 중·소형주 비중을 6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중소형주 펀드는 2014~2015년 바이오·소비재 등이 주도했던 시장이 삼성전자 중심의 대형주 장세로 바뀌면서 고전했다. 중소형주 펀드는 지난해 평균적으로 원금의 11.90%를 까먹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32%)보다 15%포인트 이상 낮다. 공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악의 성적이었다.

올 들어선 IT업종 비중을 늘린 중소형주 펀드를 중심으로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 기업의 호실적에 이들 회사와 거래하는 기업의 실적도 좋아지는 ‘낙수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조원 이내의 IT 소재·장비주들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일반 주식형펀드의 부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설정액 1~10위 펀드 가운데 올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넘어선 펀드는 한 개도 없다. 평균 수익률도 8.69%에 그치고 있다. 올해 펀드 자금 유입액 1위도 중소형주 펀드인 신영마라톤중소형주(2417억원 유입)가 차지했다.

◆IT주 집중 매수해 고수익

좋은 성적을 낸 중소형주 펀드들은 IT 소재·장비주 비중을 대폭 늘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IT 업종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446조9200억원에서 지난 18일 625조4776억원으로 39.95% 증가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 펀드를 운용하는 강봉우 펀드매니저는 실적 성장세가 뒷받침되는 IT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는 IT분야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펀드 내 비중 상위 10개 가운데 8개 종목을 IT주로 채웠다. 반도체 장비주인 피에스케이와 테스, 스마트폰 부품주 인터플렉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성장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김종언 팀장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IT 소재·장비주 비중을 대폭 늘렸다. 대표 종목은 포트폴리오 비중 1위인 스마트폰 부품회사 비에이치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170.59%나 뛰었다. 맥쿼리뉴그로쓰 펀드 역시 삼성전기와 비에이치, 테라세미콘 등 IT 관련주 비중이 높았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고평가 논란도 있지만 IT업종은 실적 성장세가 뒷받침되고 있다”며 “분기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한 단계씩 올라가는 패턴을 반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