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합작으로 '두 토끼' 잡았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현대OCI 카본블랙 공장이 다음달 완공된다. 현대오일뱅크와 석유화학 업체인 OCI가 51 대 49로 지분을 투자해 세운 합작사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부산물인 잔사유를 이용해 만드는 카본블랙은 타이어 고무 강화제로 쓰인다. 카본블랙은 글로벌 타이어 시장 확대에 힘입어 2021년까지 매년 8%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사진)은 “그동안 보일러 원료나 선박유로 처분하던 잔사유를 고수익 제품인 카본블랙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4개 정유사 중 막내뻘인 현대오일뱅크가 화학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사업 다각화’와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09년 일본 코스모오일과의 합작으로 방향족을 생산하는 현대코스모(연산 142만t)를 설립했다. 방향족은 합성섬유와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쓰인다.

2012년엔 네델란드 쉘과 함께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현대쉘베이스오일(연산 70만t)을 출범시켰다. 2015년엔 국내 업체인 롯데케미칼과도 손잡고 혼합자일렌을 생산하는 현대케미칼(연산 120만t)을 잇따라 설립했다.

글로벌 합작 파트너의 기술력과 판매망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현대코스모와 현대쉘베이스오일, 현대케미칼 등 3개 합작사는 지난해 23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현대오일뱅크 전체 영업이익(9657억원)의 24%에 달한다. 네 번째 합작사인 현대OCI에서 생산되는 카본블랙도 OCI가 전량 판매를 맡는다. OCI는 세계 10여 개국, 40여 개 타이어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생산 전량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동 첫해인 내년 매출만 2000억원을 웃돌고 영업이익률도 15%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합작사의 선전 속에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58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늘었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호조는 일회성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2014년 1428억원, 2015년 3320억원, 지난해 5248억원 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업 다각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유가 변동에 따라 회사 수익이 좌우되는 기존 정유사업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가 반토막 난 2014년 국내 정유업계는 수천억원대 적자를 봤다.

문 사장은 올초 2020년까지 비(非)정유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2418억원으로 전년(389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늘었다. 비정유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까지 뛰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