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골프를 평정하기 전부터 김홍택은 스크린 애호가 사이에서 ‘괴물’ 취급을 받았다.

휙 하고 한 번 드라이버를 휘두르면 비거리 350m가 너무나 쉽게 스크린에 찍혔기 때문이다.

그것도 악을 쓰거나 있는 힘껏 스윙하는 게 아니었다. 간결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이지 스윙’의 결과였다. 몸의 잔동작도 거의 없다. 그는 고2 때 필드에서 390m를 찍은 적도 있다. 김홍택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드라이버 비거리 부문 2위(297.3야드)에 올라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량 외에도 다른 비결이 있을 법했다.

“키 170㎝에 몸무게가 90㎏이던 고등학교 때 힘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팔굽혀 펴기를 지금까지 일기 쓰기처럼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첫날 그는 한 개도 하지 못했다. 실패와 좌절로 시작한 게 1주일 뒤 10개, 한 달 뒤 30개로 늘어났다. 1년 뒤엔 하루 500개까지 거뜬했다.

효과가 있는 것일까. “그땐 지식 없이 무작정 했는데, 알고 보니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되는 허리와 배, 옆구리, 엉덩이 등 코어 근육 발달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기술적으로 거리를 내는 방법은 없을까. 첫 번째가 하체 고정이다. 백스윙할 때 그의 하체는 타깃 방향으로 살짝 기우는 듯한 형태를 취한다. 상체와 하체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꼬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가 왼발 활용이다. 그는 “평소엔 왼발에 체중을 실어놨다가 제자리 회전을 하는 편인데, 좀 더 거리를 내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왼발 뒤꿈치를 들었다가 떼는 동작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 280야드짜리 샷과 300야드 이상 샷을 구분해 친다고 했다.
김홍택 프로가 왼발 뒤꿈치를 뗏다가 디디는 방식으로 체중과 힘을 집중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홍택 프로가 왼발 뒤꿈치를 뗏다가 디디는 방식으로 체중과 힘을 집중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이 일명 깨금발, 저스틴 토머스나 렉시 톰프슨이 장타를 날릴 때 쓰는 ‘공중부양’ 기법이다. 이를 위해선 하체를 개구리가 멀리뛰기를 할 때처럼 주저앉듯 살짝 웅크려야 한다.

“다운스윙을 할 때 웅크렸던 골반을 먼저 타깃 쪽으로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하늘 쪽으로도 약간 들어 올린다는 느낌으로 합니다. 그러면 헤드 스피드가 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