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못찾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신분 갈등'에 교단 흔들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러는지….” 교육부가 4만여 명 기간제 교사를 위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이달 초 구성했을 때 교육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충돌만 예상되는 위원회를 왜 조직하는지 의문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통에 학교 현장에선 ‘신분 상승’ 요구가 증폭되지만 정작 교육당국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갈등 조정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헛바퀴 도는 정규직 심의위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진행 중인 정규직 전환 심의위는 다음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고 이를 고용노동부에 보고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심의위는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심의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지금껏 세 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이해당사자의 견해차만 확인했을 뿐 해법을 위한 어떤 진전도 없다”고 말했다.
출구 못찾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신분 갈등'에 교단 흔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위원 사이에선 심의위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했다. 한 위원은 “교육부 말고 다른 부처에서도 이렇게 정규직 전환에 관한 위원회를 운영하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형기 교육분야고용안정총괄팀장은 “고용부 요구에 따라 심의위를 구성한 것”이라며 “다른 부처도 언론에 노출이 안 됐을 뿐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교육당국이 교원 정원을 늘리기 위해 ‘소동’을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든 신규 임용을 늘리든 교원 증원에 관해선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행정안정부와의 정원 조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원칙과 플랜 세워 갈등 해소해야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뒷짐만 지지 말고 이번 기회에 원칙과 장기 계획을 수립해 해묵은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출산 등으로 빠진 교원을 메우기 위해 뽑기 시작한 기간제 교사만 해도 애초 취지에 맞게 1년 미만 고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간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기간제 교사는 전체 교원의 9.7%로 불어났다.

기존 기간제 교사의 처우 문제도 법과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지방의 한 교대 교수는 “교육공무원법에 임용고시를 통한 교원 선발이 적시돼 있는 터라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급식·교무·행정지원(학교회계직), 스포츠강사·학교운동부 지도자(교원대체직), 방과 후 코디·배움터 지킴이(자원봉사직) 등 교내 비정규직 교원의 고용 보장 요구에 대해선 학교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직군인지를 가리는 조정이 필요하다. 예체능 교사만 해도 이명박 정부 때 예체능 전공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체 예산의 80%를 대기로 하고 시작됐다. 현재 문화부 예산 지원은 ‘제로’다.

박백범 성남고 교장은 대학처럼 초·중·고교에도 행정 전문직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교사가 가르치는 데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면 각종 보조교사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론 지방교육청이 책임을 지고 교원 수급을 정하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도 방편”이라며 “다만 교원을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이라고 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