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조선사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선박 발주가 부족한 상황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마저 중국 업체에 빼앗겨서다. 이번에 중국에 내준 발주는 세계 최대 규모이면서 이중(듀얼)연료 시스템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21일 현대중공업은 엿새째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500원(4.81%) 하락한 14만8500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0.48%)도 이틀 연속 빠졌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우위에서 기술 경쟁력 마저 한국을 따라 잡게 된 것 아니느냐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이날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 'CMA CGA'는 최근 중국 조선업체인 후둥중화조선,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 두 곳과 1조6000억원(14억4000만달러) 규모의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옵션 3척 포함)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가 들어가는 단위다.

이번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가 모두 참여했다. 이 중 현대중공업이 중국 업체와 최종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라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과거 최대 기록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5월 건조한 2만1413TEU급이다.

업계에서는 앞서 선박 규모와 이중연료 시스템 채택(옵션)이라는 점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한발 유리하다고 보고 있었다. 이중연료 시스템은 벙커C유와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서 고부가가치 선박 옵션으로 꼽힌다.

이번 수주전 패배 요인은 가격, 선박금융조건이 주효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발주사(CMA-CGM)가 이중연료 시스템을 적용한 첫 초대형 컨테이너선임에도 (초대형선박 건조 경험이 적은) 중국 조선소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 가격경쟁력, 둘째 중국 정부의 선박금융지원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선박 당 1000만~1500만달러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수주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단순히 최대 1조6000억원의 대규모 수주 기회를 놓쳤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중국 조선소가 이중연료 기술을 탑재한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면 국내 조선업계 전체의 경쟁력 우려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MA CGM이 최종적으로 중국조선소를 선택한다면 앞으로 다른 선주사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중국조선소들은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옵션으로 포함될 수 있다"며 "올해 들어 탱커선 위주의 발주 개선이 일부 나타났지만, 여전히 절대적인 물량 부족이 지속되고 있고, 향후 중국조선소를 포함해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