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역한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전달하고 캐나다 항공권을 선물했다. 42년간 군 생활 내내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간 이 전 의장 부부에게 주는 문 대통령의 ‘깜짝선물’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의 딸이 캐나다에 산다”며 “나라를 지키느라 가정에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면 다 갚으라는 문 대통령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처음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해 항공권 선물까지 주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군 지휘부 초청 오찬이었다. 당시 이 전 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군인의 애환을 털어놨다. 이 전 의장은 “아홉 분의 대통령님을 국군통수권자로 모셨는데, 전역을 앞둔 군인을 초청해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주시고, 격려해주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감동적이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군 생활 42년간 45번의 이사를 했다”고 회고한 뒤 “동생 결혼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가족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이 말에 문 대통령이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오찬 종료 후 동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조용히 다가가 이 의장의 전역일이 언제인지 물었다. 송 장관이 후임 합참의장의 취임식 때 전역식을 같이하게 될 것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 의장의 전역식에 꼭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의장이 공관 생활 당시 공관 조리병을 원대 복귀시키고 부인이 직접 음식 준비를 해 공관병을 한 명만 뒀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 사실을 칭찬하자 이 전 의장의 부인이 “제가 직접 음식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여서요”라고 했고, 이 전 의장은 “제가 입이 짧아 집사람이 해주는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이 대장은 오늘 전역사를 통해 아내가 한 고생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부인 역시 전역사를 마치고 내려온 남편을 포옹해줬다”며 “참 보기 좋은 모습”이라고도 평했다.

대구 출신인 이 전 의장은 3사(14기)를 나와 제2사단장과 수도군단장, 항공작전사령관 등을 거쳐 2015년 9월 비(非)육사 출신으로 두 번째 합참의장 자리에 올랐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이임사에서 “합참의장으로 있던 22개월간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재임 기간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로 혼신을 다했다”고 자평하며 “지난 22개월 동안 밤잠을 설친 고민과 생각들이 완전히 종결되지 못해 참으로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