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억5000만명 '눈' 되찾아준다
삼성전자가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VR을 활용해 세계 2억5000만 명이 넘는 저시력 장애인의 시력을 정상 시력의 80%까지 높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안경처럼 쉽게 쓰고 벗을 수 있는 형태로 편의성을 대폭 강화한 제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일부터 저시력 장애인의 시력을 높여주는 기어VR 전용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릴루미노를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릴루미노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C-LAB))에 참여한 임직원 세 명이 1년여에 걸쳐 개발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외부 영상을 시각장애인이 인식하기 쉬운 형태로 바꿔 시력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개발 책임자인 조정훈 C랩 리더는 “VR을 활용한 세계 첫 시력 개선 기술로 대당 1000만원이 넘는 시력 개선 보조기기보다 시력 개선 효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 앱은 지난해 3월 출시된 갤럭시S7 이상 모델에 무료로 깔 수 있다.

현재 세계 시각장애인 가운데 빛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전맹을 제외한 저시력 장애인은 약 2억5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 혁신 제품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백내장, 각막혼탁 등의 질환으로 시야가 뿌옇고 빛 번짐이 있거나 굴절장애와 고도근시를 겪는 시각장애인, 최근 노인성 질환으로 늘고 있는 황반변성을 앓는 장애인 등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39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교정시력 0.1 수준의 시각장애인 시력이 평균 0.8~0.9 정도로 높아졌다. 교정시력 0.1은 안경을 쓰고도 시력표 최상단 글자를 겨우 읽는 수준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