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던 국내 증시가 지난주 1%대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지수는 2300선 부근에서 저점을 확인했다. 증시를 짓누르던 북한 리스크가 완화되면서다. 일부 낙폭 과대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하지만 시장 활기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4개월 만에, 거래량은 3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뚝 떨어졌다. 이번에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를 계기로 한·중 무역 분쟁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변수가 해소될 때까지 경기방어주 또는 낙폭과대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300 지지선 확인했지만… 대내외 변수에 증시 '첩첩산중'
◆활력 떨어진 증시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1.67% 올랐다. 주초 사흘 연속 반등하다가 18일 3.30포인트(0.14%) 내린 2358.37에 마감했다. 관망 분위기는 주 후반으로 갈수록 심해졌다. 지난 18일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4조3955억원까지 줄었다. 지난 4월18일 이후 최저치다. 주가가 높은 대형주 위주로 대응한 탓에 거래량은 2억147만주로 2014년 6월30일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 방향성을 가늠하지 못해 관망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돈을 빌려 거래하는 투자자가 줄면서 신용융자 금액은 3거래일 만에 1458억원 감소했다. 반면 갈 곳 없는 돈이 쌓이면서 고객예탁금은 3거래일 만에 8000억원가량 늘어났다. 강현기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대외변수가 많아 주식시장 스스로도 반등의 시기를 거론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1~24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용호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북한이 괌 포위 사격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혀 실행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도발은 과거와 달리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된 만큼 UFG 훈련까지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외변수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잭슨홀미팅에서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미국 증시에서 선행지표로 알려진 다우운송지수가 부진한 데다 독일 등 유로존의 주식시장이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낙폭과대 IT주, 소재주 주목”

그동안 소외됐던 필수소비재 종목 중심으로 반등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찍은 뒤 상승하거나 하락 폭이 3% 미만으로 낮았던 업종은 패션, 자동차, 음식료, 운송, 에너지, 은행, 화학, 철강 등이다. 같은 기간 상승 폭이 큰 상위 30개 종목을 보면 서울식품 우선주(153.79%), 서울식품(29.83%), 롯데손해보험(16.32%), 오리온(14.94%), 코스맥스(14.15%) 등 내수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서서히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낙폭 과대 종목을 중심으로 저점 매수 움직임도 주목된다.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코스피지수는 23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며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업이익이 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주식 물량을 맞출 만한 업종은 정보기술(IT)주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북핵 리스크를 우회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업황 호조가 예상되는 소재업종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