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충격 감소로 대정부 강경모드서 선회 가능성 제기
시행 전까지 번호이동 시장 위축 가능성


정부가 25% 이동통신 요금 약정할인을 신규 가입자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향후 대응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통 3사는 25% 요금할인 자체에 반대하고 있지만,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 시에는 단기간 충격이 감소해 효력정지 가처분 등 강수를 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행정처분 공문을 받은 뒤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휴가 중이던 CEO들이 21일 복귀하면 실무진이 종합 보고를 한 뒤 추가 검토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3사는 일단 신규 가입자 적용에 초점을 맞춰 대응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3사가 반대하는 한 기존 가입자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가입자에게 일괄 적용 시 이통 3사의 연간 매출 감소분은 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통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긴급히 막아야 할 명분이 충분했지만,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 시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가입자에게 적용 시 이통 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보다 1천115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면 이보다 934억원 적은 18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영업이익 감소분은 기존 가입자에게 적용 시 4천59억원,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할 경우에는 2천836억원으로 추정했다.

기존 요금할인 가입자의 만기가 도래하는 2019년은 각각 5천696억원과 5천585억원으로 차이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가입자 대부분이 재약정을 통해 25% 요금할인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신규 가입자에게만 적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매출 타격이 큰 만큼 25% 요금할인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카드를 놓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기존 반대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정부와 추가 협의 결과를 보면서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번호이동 시장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19일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1만6천89건으로 전날 1만5천431건과 비슷했고, 일주일 전(1만7천429건)보다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기존 가입자 적용이 지연되거나 불발될 경우 소비자들이 9월 15일까지 신규 가입을 미루면서 번호이동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9월 15일 출시가 유력한 갤럭시노트8과 V30도 사전 개통 일정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벌써 뽐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가입자를 중심으로 신규 가입자만 적용될 경우 기존 약정을 깨고, 재약정하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재약정을 할 경우에는 위약금과 추가 할인액을 꼼꼼히 비교해봐야 한다.

위약금이 추가 할인액보다 많다면 기존 약정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단말을 바꾸지 않는다면 기존 단말을 최소 3년을 써야 한다.

현행 정부 방침이 통신 소비자 부담 감소라는 애초 공약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1일 오후 1시 30분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가입자 적용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