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아저씨 되니 낯가림 적어져…흥행에 목이 마르죠"
배우 장동건(45·사진)이 영화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브이아이피(V.I.P.)’를 통해서다. 이 작품은 국가정보원과 북한 보안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이 저마다의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하는 내용을 다룬 범죄 영화다. ‘신세계’(2012)와 ‘대호’(2015) 등을 쓰고 연출한 감독 박훈정의 신작이다. 장동건은 CIA와의 합작으로 북한 고위층의 아들 김광일을 기획 탈북시킨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맡았다. 17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때는 힘을 많이 주고 모든 걸 쏟아붓는 게 좋은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과잉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배우가 너무 극에 빠져들면 오히려 관객을 한 발 물러서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죠. 이번 연기는 오히려 빼고 덜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극 중 박재혁은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면서도 직업인으로서의 임무와 인간적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장동건은 국가 권력의 딜레마와 그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차갑고도 묵직한 연기로 그려냈다.

장동건은 1992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26년차 배우다. 그에게는 오랫동안 ‘조각 미남’ ‘바른생활 사나이’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제는 너스레가 늘었다. 예전엔 “잘생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색해했지만 요새는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저씨가 돼서인지 낯가림이 적어졌어요. 나이가 드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에 유연하고 편안해지더라고요. 이번 영화에서 욕설 섞인 대사를 종종 하는데 평소에 욕을 잘 안 해서 처음엔 어색했어요. 그런데 자꾸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이젠 일상 생활에서도 슬슬 자연스럽게 욕이 나와요.(웃음)”

그는 2010년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여덟 살 난 아들과 네 살 난 딸이 있다. 아들과 축구를 하거나 딸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가는 평범한 아빠다. 최근엔 아들에게 1999년 고소영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연풍연가’를 보여줬다. 아이가 “엄마 아빠 모습이 오글오글하다”며 퍽 부끄러워했단다.

흥행에 대한 기대를 묻자 그는 특유의 너스레로 화답했다. “기대하는 정도를 넘어 목이 마른 상태입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작품에 저도 더 많은 애정이 가더라고요. 브이아이피를 많이 좋아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