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소액주주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지난달에 쓴 <대세상승장 못 누리는 ‘개미’들의 세 가지 착시> 제목의 칼럼에 대한 주변 지인의 반응이 반반이다. 일리 있다는 긍정과 소액으로 ‘반찬값’ 벌겠다는 서민들의 사기를 너무 꺾은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식시장은 주변 사람의 훈수를 믿고 뛰어들어 반찬값을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서민들이 필자가 주장했던 몇 가지 기초 지식만 갖추면 ‘자릿세’ 내지 않고 소득세 걱정 없이 아주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황금어장이라는 것이다.

표현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는 것은 각종 수치가 증명해준다. 우선 배당수익만 따져보자. 코스피 평균배당수익률이 작년을 기점으로 은행이자를 넘어섰다. 저축기관의 특판 금리가 가끔 2% 넘겨 출시되기도 하지만 배당수익이 연 5% 넘는 상장기업이 100개도 넘는다. 물론 주가가 빠지면 배당수익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5년 이상 은행금리 이상의 시가 배당을 지속적으로 해준 기업들의 주식을 장기투자했을 때 손해 볼 확률은 무척 낮다.

둘째, 소액으로 돈 벌 수 있는 투자처가 현실적으로 없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최소 억대의 목돈이 필요하다. 그나마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손발이 묶였다. 그런데 서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자영업도 몇천만원으로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주식 투자는 수십만원으로도 할 수 있다. 게다가 0.3% 거래세 외에는 세금이 없고 길목 좋은 곳을 찾을 이유도 없는 데다 최저임금 걱정하면서 알바생을 구할 필요도 없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과당경쟁으로 거의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고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카지노에 입장한 노름꾼 같은 마인드만 버리면 된다. 주식 투자를 재형저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만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

요즘 사람들은 ‘대박’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 예쁜 옷을 봐도 “대~박”, 영화를 봐도 “대~박”, 음식이 맛있어도 “대~박”이다. 대박은 온 국민이 외치는 시대적 정신(?)이 됐다. 그러나 그만큼 대박의 꿈은 멀기만 하다는 씁쓸한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못 이룬 대박의 꿈을 드라마 속 재벌 이야기로 채운다. 그런데 ‘흙수저’ 서민이 ‘금수저’ 재벌 기업의 주인과 동등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주식이다. 이론적으로 주식 수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지 주주라는 지위에서는 차별이 없다. 그러나 과거에는 대주주의 창업 프리미엄을 인정해 10~20%만 가지고도 100%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일부 소액주주는 ‘흑싸리’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주식 수 차이 외에는 재벌 오너와 대등한 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집중투표제와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는 단적인 사례다. 이제야말로 소액주주가 주주로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한 주 한 주 주식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물론 최근 증시환경이 주식 하기에 편치 않다는 얘기가 많다. 코스피가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가 조정받고 있다. 세계 증시의 방향타가 되는 다우지수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다 소폭 하락하면서 증시 과열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기에 위기일발의 북핵 문제, 신정부의 과감한 개혁정책에 대한 엇갈리는 해석이 확실성을 최고의 투자환경으로 꼽는 증시에는 뭔가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주식 하기에 확실한 때란 없다. 패러독스 같지만 불확실성이야말로 주식 투자에서 채권보다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하는 근본 논리다. 고수는 가치의 높낮이만 참고할 따름이다.

지금 한국 채권투자자는 이자 150원을 얻기 위해 거의 1만원을 투자한다. 주식투자가는 이익 100원을 얻기 위해 1000원을 투자한다. 이게 주가수익비율(PER) 10배의 의미다. 투자시점을 잡기 위한 노력은 지난 200년 모든 주식투자가가 고민했던 문제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도 시원한 답은 결코 없을 것 같다. 대주주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환경은 점점 소액주주에게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 이제 정말 주식 투자를 할 만하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