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일본 경제의 부활이 말해 주는 것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2016년 1분기부터 2017년 2분기까지 연속으로 여섯 분기 동안 성장하며 올 1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2.2%를 기록했고, 2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4.0%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금 일본의 실업률은 3%로 완전고용 수준이며, 청년실업률 역시 4%대 중반에 불과하다. 2012년에 취업 준비생 한 명당 일자리가 1.2개였던 것이 지금은 1.7개나 된다. 기업들은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 해외 인력까지 적극적으로 채용할 정도다.

일본은 지금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길고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은 이유는 잘못된 통화 정책에 있었다. 엔화 가치를 끌어올린 1985년 플라자협정 이후 일본 정부는 자국 상품 수출경쟁력이 약화돼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을 우려해 저금리 정책을 쓰며 엔화 가치 상승 효과를 상쇄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대거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자산 버블’이 일어났고, 그것이 붕괴되면서 불황이 찾아왔다.

잘못된 투자가 청산돼 생산 부문으로 전환돼야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데 일본 정부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돈을 풀어 불황을 치유하려고 했다. 다시 저금리 정책을 쓰고 양적완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상태만 악화됐고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잘못된 투자가 교정되지 않으면서 ‘좀비기업’이 늘어났다. 그렇게 20년을 보냈다. 질병의 원인을 질병 치유에 사용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투자의 처리 실패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던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투자 실기가 일본 경제를 크게 위축시킨 것이다.

요즘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이유는 구조개혁 덕분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2년 집권하면서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금융 완화 △과감한 재정 투입 △성장과 구조개혁 프로그램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들고나왔다. 만약 아베 총리가 과거 정권처럼 돈만 푸는 정책을 썼더라면 일본 경제 불황은 더 지속됐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 노동시장개혁, 법인세 인하,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및 활성화, 로봇산업 육성 촉진, 규제개혁특구 확대 등의 정책을 시행하며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에 매우 소극적이던 과거와는 달리 좀비기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해 자원이 부(富)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정책 등 돈을 많이 풀었지만 여전히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등의 이유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많은 규제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그런 규제들로 인해 우리의 자원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부문에 사용되지 못해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규제들을 완화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압박, 법인세율 인상 등 기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구조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원리를 무시하는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많은 국가들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경제원리를 무시한 정책을 도입해 실험하려고 했던 나라들은 다 어려움을 겪거나 망했다.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첨병은 기업이다. 기업 활동을 옥좨서는 나라가 부강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한국이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는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