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쫓아낼 수도 없고 …"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집주인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내년 4월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전에 거주하지 않는 집을 팔라고 유도하고 있지만 정작 올해 전세 계약을 맺은 집주인(임대인) 사이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책 발표 전 전세 계약을 맺은 주택의 경우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정부의 정책 의도와는 달리 실거주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다시 매도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의 5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며 전세를 주고 있는 노모씨(45)는 대책 발표 후 이 집을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놨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세입자와 2년간 전세 계약을 맺은 노씨는 원래 만기가 돌아오면 집을 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가산세율(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을 적용키로 한 데다 보유세 인상 가능성도 나오면서 미리 집 한 채를 처분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2년간 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수요자가 아니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일명 갭투자자에게 집을 팔아야 하지만 요새 같은 분위기에선 투자자도 매입을 꺼리는 상황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사들이면 자금조달 계획과 입주 계획 등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과는 달리 실거주 목적이 아닌 이에게 다시 주택을 넘겨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노씨는 “집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팔도록 유도하고 실수요자에게 문호를 더 많이 개방하는 게 정부의 목적이라고 하지만 세입자를 내쫓고 팔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내년 4월까지 처분하라고 하는데 올해 대책이 나오는 줄 모르고 전세 계약을 맺은 사람들은 유예 기간이 짧아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