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LG가 그리는 스마트 홈…모든 가전에 인공지능·IoT 결합할 것"
LG전자에서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올 들어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1분기에만 2014년 연간 수익과 거의 비슷한 520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11.2%의 영업이익률로 세계 가전업계를 놀라게 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가장 빠르게 혁신해나가는 사업본부 중 하나기도 하다. 송대현 본부장(사장·사진)은 올초부터 H&A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생산과 마케팅, 경영총괄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본부장에 올라 LG전자 H&A사업본부의 순항을 이끈다는 평가다.

▷LG전자의 가전사업을 이끈 지 반 년이 조금 지났다. “매출이나 손익뿐만 아니라 시장 지배력과 브랜드 위상 등에서 1등 지위를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는 취임 당시의 목표는 얼마나 이뤄졌나.

“시장 지배력과 브랜드 위상은 사업을 오랜 기간 성공적으로 운영했을 때 시장과 고객이 평가해주는 지표다. 그런 만큼 아직 그 부분까지 1등 지위를 달성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그 중간 척도로 여길 수 있는 매출과 손익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어 계획한 부분을 면밀하게 이행해나가면 브랜드 위상 등에서 1등 목표를 달성하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LG전자 H&A사업본부가 1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에 이어 2분기에도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비결이 뭔가.

“지난 3~4년간 꾸준히 해온 여러 개선활동의 결과다.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와 트윈워시 같은 프리미엄 제품들의 판매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 신제품도 판매 호조를 보이며 실적을 끌고 나가고 있다. 부품을 조합해 여러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듈화를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적용하면서 원가도 크게 낮아졌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을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사업구조 개선에 재투자하는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가전은 중국 등에 밀려 경쟁력을 잃을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계가 이를 극복한 비결은 무엇인가.

“중국업체의 위협이 오히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각성하는 계기가 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국업체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 근간에는 LG전자만의 독자기술이 있었다.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인버터 기술과 LG전자만이 갖고 있는 리니어 컴프레서 등을 통해 제품 핵심 경쟁력을 높였다. 소재와 디자인, 기능까지 차별화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중국업체들도 GE나 도시바 같은 해외 유명업체들을 인수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지만 아직 판매량에만 집중하는 성장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LG전자는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의 우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초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로봇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이후 성과를 소개해 준다면.

“LG전자는 CES에서 선보인 여러 로봇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용하는 안내로봇과 청소로봇은 2월부터 6개월간 현장에서 개발 완성도를 높여 7월부터는 공식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금융회사와 백화점, 해외 공항에서 LG전자 로봇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러 모델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곧 열릴 로봇 시장에서 LG전자의 로봇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LG전자는 올초 딥러닝 AI가 적용된 에어컨을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가전에 IoT와 AI를 적용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사용자의 제품 사용 패턴 정보와 주변 환경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제품이 똑똑하게 동작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진화하는 가전제품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LG전자는 고객 맞춤형으로 진화하는 AI 가전을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끌어온 스마트 진단 기능에도 AI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진단이 AI 기술을 만나면 원격으로 제품의 이상 상태나 오작동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고, 고객은 관리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LG전자는 홈 IoT 관련해 구글, 아마존 등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독자 기술 보유’와 ‘파트너십 확대’ 중 LG전자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LG전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IoT 시대에 많은 파트너와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파트너십’을 꾸준히 맺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구글의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구글 홈’과 가전제품을 IoT로 연동하기도 했다. 타사의 IoT 기기 등을 스마트씽큐 앱(응용프로그램)에 연동할 수 있도록 제휴하고 개발하는 등 IoT 생태계에 있는 많은 업체의 장점과 LG전자 가전제품의 장점을 연동해 IoT 시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부분에 신경쓰고 있다. LG전자는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업을 위해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구축하는 홈 IoT 시스템을 준비하며 파트너들에게 필요한 기술 개발 노력도 하고 있다.”

▷LG전자가 홈 IoT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홈 IoT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과 같은 제품의 연결성 확보를 통해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일단은 가장 중요하다. 각 가전제품이 연결성을 갖고 외부와 소통하게 되면 고객은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가사를 할 수 있게 되고, 가전은 주변 환경에 최적화된 상태로 작동하며 에너지 절감도 가능해진다. 특히 음성인식 허브와 가전이 연결되면 가전이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일찍 실현하는 것이 홈 IoT의 중요한 과제다. 홈 IoT에서는 결국 연결성을 통한 편의성의 극대화, 에너지 절약,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진화하는 가전으로의 변화, 또한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IoT 연결기기와의 연동운전을 통해 고객가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본다. 공기질 측정 기기가 에어컨이나 공기 청정기를 작동시키고, 로봇청소기가 문열림 센서를 활용해 알아서 문을 열며 청소를 할 수 있다. 이처럼 IoT 기능이 극대화되더라도 고객은 이 기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토털 솔루션’도 중요한 비전이다.”

▷LG전자는 ‘스마트씽큐’라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갖고 있다. 스마트씽큐는 무엇이고 추구하는 목표는 어떤 것인가.

“스마트 씽큐는 생각한다는 뜻의 영어 ‘싱크(think)’와 발음이 비슷하면서 ‘퀵(quick)’과 IQ에 들어가는 Q의 이미지를 조합한 용어다. 즉 스마트 가전이 스스로 생각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진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마트씽큐 로고는 집안 모든 공간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형상화했다. 결국 스마트 씽큐는 홈 IoT시대에 가전이 발전해나가야 할 모습에 대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H&A사업본부에서 생활가전뿐 아니라 공조설비, 로봇, 부품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H&A사업본부의 비전은 ‘인류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일제품에 대한 경쟁력이 필수였다면 앞으로는 융복합과 솔루션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고객에게 더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 부품사업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대형공조, 로봇사업까지 하는 것은 우리의 비전과 연결된다. 이들 사업도 결국은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이는 오랜 기간의 가전사업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고객을 만나왔던 H&A사업본부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공조 사업을 중심으로 B2B(기업 간) 부문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언뜻 보면 지금까지 해온 가전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은 분야 같다.

“B2B사업도 결국 제품과 고객이 밑바탕인 만큼 많은 곳에서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B2C(기업과 소비자간) 사업에서 확보한 핵심 부품기술과 제품경쟁력을 B2B사업에 적용해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 주문형 사업인 칠러(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드는 대형 냉각 설비)도 에어컨의 컴프레서 기술과 품질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겨지던 빌트인 가전 시장에서도 IoT와 스마트 기능 같은 B2C 기술이 연계되는 추세라 관련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LG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B2C사업 또한 B2B사업에서 쌓은 솔루션 제안 역량과 대형유통망을 활용해 차별화된 제품을 더 많은 유통망을 통해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성장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서로 보완해 주는 부분이 많은 만큼,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위해 B2B사업은 앞으로도 필수적인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두루 경험했다. H&A사업본부 전체를 이끌면서 이 같은 경험이 도움이 되나.

“H&A사업본부는 LG전자의 다른 사업본부에 비해 제품의 종류가 많고, 그만큼 다양한 고객과 시장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과거 냉장고, 에어컨, 조리기기, 컴프레서 등 여러 사업을 맡아왔던 경험, 그리고 러시아에서 CIS 지역대표를 맡으면서 현지 고객과 소통한 경험 덕에 시장과 고객 관점에서 전체 사업을 조망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은 다양한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고르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런 강점들을 사업성과 창출에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LG전자는 트윈워시 등 융복합 가전을 통해 가전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미래의 가전과 가정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의 가전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소비자도 단순히 새로운 제품뿐만 아니라 정서적 감성까지 보듬어주는 완전히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에 더 큰 호응을 보낼 것이다. 여기에 대응해 LG전자는 앞으로 공간과 융복합, 솔루션 등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전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제품이 아니라 주방과 거실, 침실과 같은 공간 개념을 중심으로 사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여기에 맞는 융복합 제품과 콘텐츠를 발굴하려 한다. 여기에 AI와 IoT를 접목해 스마트홈을 구현할 것이다.”

▷남은 한 해 동안 사업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H&A사업본부장을 처음 맡으며 지난 상반기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중장기사업 방향성을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세운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기회는 없는지 현장에서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 올해는 신제품 출시도 많았고, 산업용 로봇처럼 새로 시작한 사업도 많았던 만큼 부족함이 없도록 꼼꼼히 챙기겠다”


송대현 사장은
△1958년생 △1976년 진주고 졸업 △1983년 부산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3년 금성사 전기회전기설계실 입사 △2004년 캐나다 맥길대 경영학 석사 △2006년 LG전자 MC사업본부 전략구매팀장 △2008년 중국 톈진 생산법인장(부사장) △2009년 냉장고사업부장 △2012년 러시아법인장 △2014년 CIS 지역대표 △2016년 H&A사업본부장(사장)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